ADVERTISEMENT

[미 금리인상-전문가 진단③]국내 자금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듯…금융당국 점검회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금융당국은 미국 기준 금리 인상과 관련해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의 급격이탈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내다봤다. 자금 시장 흐름을 살핀 관련 보고서에도 2013년 ‘긴축 발작(taper tantrum)’ 때보다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담겼다.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준금리 결정(한국시간 17일 새벽)을 앞두고 16일 금융시장 상황점검 회의를 열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최근 외국인 자금 유출입 상황을 세부적으로 분석한 결과, 유출자금 성격과 원인을 감안하면 외국인 자금 유출이 급격히 확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 평가”라고 말했다.

최근 세계 주식시장은 신흥국에서 상대적으로 큰 낙폭을 보이는 가운데 선진국도 동반 부진을 보이는 등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대외 리스크 에 따라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 등으로 변동성이 다소 커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올해 월평균 주식 순매도 규모(매도 발생월 평균)는 1조7000억원으로 과거 10년간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 9월 이후 외국인 매도세를 주도한 주체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산유국이다. 저유가로 자국 재정상황 악화에 따른 것으로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선호와는 관련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한국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투자비중(약 40%)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자금의 경우에는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 11~12월에도 순매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유럽자금(주로 영국계 펀드)도 올 6~9월 중 강한 매도세를 보였으나 10월 이후부터 오히려 매도세가 점차 축소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자본 시장에 대한 영향은 2013년 5월 벤 버냉키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촉발된 ‘긴축 발작(taper tantrum)’ 때보다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미 양적 완화(QE) 관련 글로벌 및 국내자금흐름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사실상 미국 금리 인상이 가시화한 올해 들어서 신흥국 자본이탈 규모는 2013년보다는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 시장에서 미국계 자금이 순유입 기조를 보이는 것이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양적 완화로 늘어난 유동성은 미국 이외 선진국과 신흥국으로 모두에게 유입됐는데 2013년 5월 이후에는 선진국 유입, 신흥국 유출로 차별화 양상으로 나타났다.

양적 완화 기간 미국자금은 선진국으로 3조달러, 신흥국으로 1조달러 흘러가는 등 4조달러 순유입됐다. 그러나 2013년 5월 이후에는 선진국에는 5000억달러 순유입됐으나 신흥국에서는 900억달러가 빠져나왔다.

국내 자금 흐름은 신흥국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미국계 자금 덕분이다. 긴축발작 직후인 2013년 6월 외국인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5조원을 순매도했으나, 같은 해 하반기 14조원을 순매수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다. 7~9월 미국 금리 인상과 중국 경기 경착륙 우려로 외국인은 한국 주식 시장에서 8조원 이상을 팔고 나갔다. 반면 미국계 자금은 7월 1조6000억원 순매수, 8월 6000억원 순매도, 9월 2000억 순매수 등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