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금리인상-전문가 진단②] "불확실성 제거, 또 다른 불확실성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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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건 좋은 뉴스다. 하지만 새로운 불확실성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악재가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니다.”

미국 금리 인상과 관련한 본지 설문에 응한 6개 주요 리서치센터장의 대답을 요약해보면 이렇다. 언제 실시될지 시장 참여자를 불안에 떨게 했던 금리 인상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에선 불확실성의 제거다. 하지만 ‘인상 속도’라는 새로운 불확실성이 부각됐다.

시장에선 예측 가능한 악재보다 불확실성이 더 큰 악재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 금리 인상은 올 9월부터 예견돼 왔다.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지며 금리 인상이 늦춰진 건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운 셈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예상돼 오던 일이 실제 벌어졌다.

신동석 삼성증권 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이라는 악재는 이미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며 “인상 결정으로 불확실성이 제거돼 시장은 반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화 현대증권 센터장 역시 “2004년 미국의 금리 인상 때도 실제 인상이 단행된 이후 시장은 안정을 찾았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봤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금리 인상은 그간 진행해왔던 양적완화 정책을 정상화하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과정의 한 부분이다. 연준은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정책 규모를 줄이며 테이퍼링을 시작했다.  시장에 풀던 돈을 모두 거둬들인 뒤 시작한 게 금리 인상이다. 양적완화 정책 자금을 단계적으로 축소했듯 금리 인상도 단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안병국 KDB대우증권 센터장은 “이번 인상을 시작으로 내년에 2차례 인상해 1%까지 금리를 올리고 2017년엔 2%까지, 2018년 2.5%까지 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제 중요한 건 속도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센터장은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부각되면서 1분기까지는 조정 장세를 보이다 1분기 이후 본격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 역시 “두번째 금리 인상까지 확인한 후에야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는 만큼 내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시장에선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위기론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이번 금리 인상이 대규모 경제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센터장은 없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완만할 거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금리 인상이 단기간에 이뤄지려면 경기 회복 수준과 물가 상승 속도가 빨라야 하는데 저유가로 인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지 않다”며 “금리 인상 속도는 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이유가 미국의 경기 회복을 확인했기 때문이라는 것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신동석 센터장은 “미국 뿐 아니라 일본과 유럽의 소비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 정책 등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있는 만큼 대(大)위기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양기인 센터장도 “우리 정부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부터 거시경제 건전성 3종 세트로 불리는 외환건전성 부담금, 선물환 포지션 규제, 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제 등을 도입하고 있는 만큼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 압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내외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외국인 투자금 유출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센터장 대부분은 “2016년까진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창목 센터장은 “현재 국내 기준금리는 1.5%로, 미국이 제로 금리에서 단계적으로 금리를 올리는 만큼 금리 차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또다른 이유는 정부가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안병국 센터장은 “미국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정부는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내수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며 “상당 기간 금리 인상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준재 센터장도 “가계부채 급증 문제가 부각돼 금리 인상도, 추가 인하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센터장들은 재테크 전략으론 위험자산인 신흥국이나 한계기업의 주식 보단 상대적 안전자산인 선진국 주식을 추천했다. 국내 주식의 경우 금리 인상 속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제거된 2분기 이후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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