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at Divergence②] '양적 완화 파티' 9400조원, 자산시장 '숙취현상' 나타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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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양적 완화(QE) 파티 이후 자산시장

주요 중앙은행이 양적 완화(QE)로 찍어낸 돈은 얼마나 될까.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일본 등 중앙은행의 머니 프린팅(Money Printing)이 8조 달러(약 9400조원) 정도”라고 했다.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10조 달러 안팎이었다. 이 가운데 4조 달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찍어낸 달러였다. 글로벌 QE의 절반을 미국이 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전문가의 말을 빌려 “QE의 효과는 실물 경제의 부양보다 몇몇 자산 가격을 더 빨리 올려놨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자산이 바로 채권, 특히 정크본드(비우량 회사채)였다. 그리고 신흥시장 주가, 원유?구리 등 원자재 등의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영국 더타임스는 “2008년 글로벌 부동산 가격이 추락했지만, QE 시대엔 런던 등 일부 지역 집값이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국지적인 부동산 거품이 발생했다는 얘기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고(故) 하이먼 민스키는 “거품은 유동성을 먹고 산다”고 했다. 그런데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완만하지만 긴축을 시작했다. 거품의 연료가 예전만큼 풍족하지 않다는 얘기다.

그 바람에 여기저기서 QE 숙취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크본드 가격이 최고 정점에서 15% 이상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실패까지 겹쳐 배럴당 110 달러 정도에서 35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그렇다면 미국 기준금리 인상 이후 자산 거품이 붕괴하는 현상이 본격화할까.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고문은 “주요 중앙은행간 정책 공조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는다”며 “ECB와 일본은행, 중국 인민은행의 QE와 저금리 정책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어떻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달러를 중심으로 한 각국 통화가치가 급등락하는 바람에 취약한 시장에서 국지적 붕괴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유력한 후보로 정크본드 시장을 꼽고 있다. QE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봤던 곳이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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