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나 윌리엄스, 메시·볼트 제치고 가장 빛난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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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 세리나 윌리엄스. [사진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1위 세리나 윌리엄스(34·미국)가 2015년 가장 빛나는 선수가 됐다.

흑인여성 첫 SI ‘올해의 선수’ 수상
“소녀들 그녀 덕에 더 큰 꿈 꾸게 돼”
미셸 오바마, SNS에 축하 글 올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15일(한국시간) ‘올해의 선수(Sportsperson of the year)’에 윌리엄스를 선정했다. 윌리엄스는 남자골프 세계 1위 조던 스피스(22·미국), ‘축구 영웅’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 세계 육상선수권대회 3관왕 우사인 볼트(29·자메이카) 등을 제치고 수상했다. SI는 지난 1954년부터 올해의 스포츠 인물을 선정하고 있다. 여성이 단독으로 이 상을 받은 것은 1983년 육상 선수인 메리 데커(미국) 이후 32년 만이다. 미국 영부인 미셸 오바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윌리엄스의 수상을 축하한다. 모든 소녀들이 윌리엄스를 보고 더 큰 꿈을 꾸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윌리엄스는 올해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 우승을 포함해 5승을 기록했다. 53승3패(승률 95%)로 단 한 번도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올시즌 그가 벌어들인 상금은 약 1058만달러(약 125억원). 윌리엄스는 프로 생활 20년 동안 메이저 대회 여자 단식에서 21개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동안 무릎 수술을 두 차례(2003·2006년) 받았고, 발바닥 수술(2010년)도 했다. 폐에 피가 고이는 폐색전증(2011년)으로 은퇴설도 나돌았다. 그럴수록 윌리엄스는 몸을 더욱 단련시켰다. 1m75㎝·70㎏인 윌리엄스는 체지방율이 4~5%인 남자 선수들과 비교될 정도로 탄탄한 근육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서브 속도는 시속 196㎞까지 나왔다. 윌리엄스는 15일 SNS에 “올해는 정말 대단했다. 힘든 노력을 알아줘서 감사할 뿐이다. 내년에도 계속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또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SI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가 됐다. 윌리엄스에게는 항상 ‘인종차별’이란 말이 따라붙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빈민가에 살던 아버지 리처드는 백인들만의 스포츠였던 테니스 종목에서 딸이 성공하길 원했다. 윌리엄스의 아버지는 관련 서적과 영상을 보고 독학을 하면서 딸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 흑인 소녀는 총성이 끊이지 않는 동네 빈 공터에서 라켓을 휘둘렀다. 그렇게 테니스를 배운 윌리엄스가 99년 US오픈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자 전문가들은 깜짝 놀랐다.

 그래도 흑인에 대한 편견은 여전했다. 지난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웰스에서 열린 BNP파리바스 오픈 결승전 당시 관중석에선 윌리엄스를 향한 인종 차별적인 욕설이 터져나왔다. 그 이후 윌리엄스는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이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다. 리처드는 지난해 펴낸 자서전 『블랙 앤드 화이트』에서 “당시 관중석에서 나온 야유는 미국의 수치였다”고 썼다. 하지만 올해 윌리엄스는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무너뜨리고 마침내 세계에서 가장 빛나는 스포츠 스타가 됐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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