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명우 카드 통한 OK저축은행, 전반기 1위 확정

중앙일보

입력

김세진 감독의 곽명우 카드가 완벽하게 통했다. 프로배구 남자부 OK저축은행이 전반기 1위를 확정지었다.

OK저축은행은 15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프로배구 남자부 3라
운드 경기에서 KB손해보험을 3-0(25-16 25-21 25-17)로 이겼다. 4연승을 달리며 12승5패(승점 38)가 된 OK저축은행은 전반기를 1위로 마감하게 됐다. KB손해보험(4승13패·승점11)은 2연패에 빠지면서 탈꼴찌 기회를 놓쳤다.

김세진 감독은 지난 한국전력이 끝난 뒤 주전 세터 이민규(23) 대신 곽명우(24·1m93㎝)를 투입할 계획을 드러냈다. 이민규가 최근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이민규가 우승팀 세터라는 무게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실시했던 심리상담을 다시 하는 것도 고려중이다. 전반기 남은 2경기는 곽명우를 활용하겠다"고 말한 뒤 선발로 곽명우를 투입했다. 곽명우는 교체로 나올 때는 시몬과 송명근에게 많은 공을 올려줬다. 뛰는 시간이 길지 않은만큼 확실하게 득점을 올리는 게 중요했기 때문이다. 강성형 KB 감독은 "명우가 세터일 때는 시몬과 송명근의 비율이 높다"고 내다봤다.

곽명우는 이러한 예측을 완전히 뒤엎었다. 중앙 속공과 시간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KB 블로커들을 효과적으로 따돌렸다. 1세트에서 시몬·송명근의 공격득점과 다른 선수들의 공격득점은 8점으로 똑같았다. OK저축은행은 손쉽게 1세트를 25-16으로 따냈다. OK저축은행은 2·3세트도 어렵지 않게 승리하면서 승점 3점을 따냈다. "곽명우에게 특별한 지시는 하지 않았다. 스스로 잘 생각하고 준비하지 않겠느냐"는 김세진 감독의 믿음에 완전히 부응했다. 찰떡궁합인 시몬과의 호흡도 좋았다. 시몬은 트리플크라운(후위공격 9개·서브득점 4개·블로킹 3개)까지 작성하며 21점(공격성공률 60.86%)을 올렸다.

앞선 두 차례 대결에서 한 세트도 따내지못했던 KB손보는 이날도 완패를 당했다. 외국인선수 마틴의 부진이 컸다. 마틴은 1세트에서 7차례 공격 중 2개만 성공했다. 손현종도 서브 리셉션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강성형 감독은 세터 권영민과 마틴, 손현종을 빼고 양준식·이강원·황두연을 넣으면서 반전을 노리기도 했다. 2세트 중반부터 다시 들어간 마틴은 끝까지 제 몫을 하지 못했다. 1세트에 기록한 2점이 그가 올린 득점의 전부였다. 강성형 KB손보 감독은 "공격, 수비, 연걸에서 모두 밀렸다. 마틴이 몸 상태가 나쁘진 않았는데 초반에 안 풀리다보니까 경기가 잘 안 됐다. 외국인선수 역할을 해야하는데 해주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김세진 감독은 "명우가 들어가서 편하게 잘 해줬다. 명우는 볼 컨트롤 능력이 좋다. 스피드가 떨어져서 캐치가 흔들리면 어렵지만 구질이 좋아서 공격수가 때리기는 좋다. 아주 잘 했다"고 평했다. 이어 "시몬은 완전히 컨디션이 올라왔다. 우리카드와 한국전력전을 치르면서 세터가 흔들렸는데 시몬이 잘 해줬다"고 평했다. 김 감독은 "전반기 1위를 지켰는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다시 시작이다. 우리도 완전하지 않고, 더 안정적으로 가야한다"며 "미들블로커들이 좀 더 잘해줘야 한다. 오늘도 김규민을 투입하지 못했다. 점프력이나 경기력이 더 올라와야 한다. 민규가 속공 토스가 좋은데 센터들이 못해주니까 흔들리는 부분이 드러난다"고 후반기 계획을 밝혔다.

구미=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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