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주택시장, 2007년 닮을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7호 18면

뜨겁게 달아올랐던 올해 주택시장이 저물고 있다. 때가 때이니만큼 올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내다보지 않을 수 없다.


올해는 주택시장에 ‘기록적’인 해다. 2000년대 초·중반 주택경기 호황의 절정이었던 2006년을 뛰어넘었다. 올 연말까지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이 110만 건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거래량은 108만여 건이었다. 주택시장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서울·수도권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왔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서울·수도권 거래량이 지방을 넘어섰다.


분양시장은 역대 최고의 호황을 맞았다. 연말까지 49만 가구가 분양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24만여 가구)의 두 배 수준이고 2005~2014년 연평균 분양물량보다 75% 더 많다. 분양 물량이 내놓자마자 날개 돋친 듯 팔려 전국 미분양이 3만 가구 정도로 2000년대 초반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전셋집 품귀 현상과 전세보증금 급등의 전세난에 뿔 난 수요자가 저금리에 따라 큰 부담 없는 대출을 ‘빽’으로 집을 사고 분양을 받은 게 올해 전체적인 주택시장 그림인 셈이다.


총주택 대비 거래량 2006년보다 적어급격한 월세 전환 등으로 전셋집이 가뭄에 콩 나듯 하면서 올해 전국 전셋값이 11월까지 5.29%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로는 본격적인 전셋값 고공행진이 시작된 2011년 이후 연평균(6.5%)보다 낮지만 그동안 누적된 전세난 피로가 심하다.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 아파트 매매 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73.7%다. 평균 매매가격이 2억8000여만원이고 전셋값은 2억1000여만원이다.


하지만 올해 주택시장 열기의 속내를 보면 2006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열기의 기준은 연기보다 온도여야 한다. 주택시장에선 가격이다. 기존 주택 매매시장과 분양시장의 북새통에 비해 올해 집값 상승률이 그렇게 높지 않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11월 말까지 전국 집값 상승률이 4.23%로 2011년(6.86%) 이후 최고다. 2006년(11.6%)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주택거래량도 재고주택 수 대비 거래주택 비율로 따지면 2006년보다 낮다. 서울·수도권에서 팔고 산 집이 2006년엔 10가구 중 하나인 데 반해 올해는 14가구 중 하나다.


2006년엔 정부가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강남 등 서울·수도권 7곳을 ‘버블 세븐’지역으로 지정하면서 거품 붕괴 여부를 숙제로 남겨뒀다. 올해는 분양 급증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를 새해 이후 시장에 넘긴 셈이다. 새해 주택시장의 키워드는 역시 전세난이다. 내년에 전국적으로 62만여 가구가 2년 전세계약 만기를 맞는다. 아파트 세입자들은 보증금 상승분으로 전국 평균 18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서울에선 두 배가 넘는 4500만원이 필요하다. 2년 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2억9000만원이었고 그 사이 15.34% 올랐다.


재건축·재개발 이주 수요가 전세난을 더욱 압박할 것이다. 서울에서 6만 가구 넘게 재건축 공사를 위해 집을 비워줘야 한다. 연간 서울 전·월세 거래가구의 15% 정도에 해당한다.


올해 쏟아낸 신규 분양 아파트는 2008년 이후에 입주할 예정이어서 내년 입주물량은 예년과 비슷하다. 저금리 기조는 지속될 것 같다.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오르더라도 큰 폭은 아닐 것이다. 시장을 흔들 정도는 아니다. 대출규제가 강화될 것 같지만 역시 강도가 세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상반기 총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가 있어 표가 떨어져 나갈 만큼 주택시장을 압박하는 정책은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한 경기도 걱정되지만 금융위기 같은 큰 충격파가 아니고서는 단기적으로 주택시장과 직접적인 연관이 적다. 경기 걱정을 한 게 어제오늘인가.


다만 주택시장 체력이 떨어지면서 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 같다. 올해 예년의 두 배 정도에 달하는 주택수요자들이 기존 주택시장과 신규 분양시장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에 웬만큼 집 장만을 한 셈이다.


내년 6만여 가구 재건축·재개발 이주자신감이 떨어지는 중장기 집값 전망도 주택수요를 움츠러들게 할 수 있다. 올해 쏟아낸 분양물량이 2018년 이후 입주하고 베이비부머 은퇴, 인구 감소 등 인구 요소도 주택시장에 부정적이다. 지금 오르고 있더라도 몇 년 뒤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면 선뜻 집을 구매하기 힘들다.


이게 필자를 비롯한 주택 관련 연구소 등의 공통적인 내년 주택시장 전망이다.


하지만 주택시장 참여자들도 이성적으로만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시장이 예상 밖으로 튈 수도 있다. 지난해 이후 줄곧 공급 과잉에 따른 지방 주택시장 불안 얘기가 나왔는데도 지금도 지방은 뜨겁다.


2006년 ‘거품’ 경고는 2년 뒤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현실이 됐다. 사실 금융위기 전부터 2006년을 정점으로 시장의 온도가 떨어졌다.


2016년은 어떨까. 2006년의 절정과 2008년의 추락을 이은 2007년을 닮을까.


안장원 기자?ahnjw@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