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투입 직전 도법·한상균 면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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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불교 조계종의 ‘화쟁 정신’이 서울 조계사 공권력 투입에 대한 파국을 일단 막았다.

‘조계사 나가는 방식’ 논의

 경찰이 예고했던 9일 오후 4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시점이 지나자 조계종은 난감해 했다. 종교 성지에 경찰 병력이 투입될 경우 조계종으로서도 정부를 향한 ‘일전(一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대정부 싸움’이 시작되면 종단으로서도 난감하고 정부도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조계종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은 한상균 위원장이 조계사를 나가는 방식과 시점을 놓고 협상을 거듭했다. 한 위원장이 조계사 신도회가 요구했던 퇴거 시한인 6일을 넘겨서 “노동법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조계사에 머물겠다”고 했을 때는 조계종도 진퇴양난이었다.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 스님은 “도법 스님도 한때는 지친 듯이 보였다. 그런데 오늘 경찰 투입을 앞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다시 관음전에 들어가 한 위원장과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걸 보고 ‘어른 스님은 역시 다르구나’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 투입 직전에 도법 스님은 관음전에서 한 위원장과 단둘이 마주 앉았다. 오후 4시30분쯤 관음전을 나온 도법 스님이 청사에서 총무원장을 만난 뒤 ‘10일 정오까지 보류’ 입장을 발표했다. 도법 스님은 9일 밤에도 한 위원장을 만나 ‘조계사를 나가는 방식’에 대해 논의를 계속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계종 총무원 고위 관계자는 “종교 성지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조계종도 큰 부담이다. 그때는 한 위원장의 문제가 아니라 조계종과 정부의 문제로 확대된다. 경찰 측도 조계사 경내에 들어와 강제 집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과 불교 신자, 민주노총과 경찰 등 갈등 당사자들이 두루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원만한 해결책을 오늘 밤에 최선을 다해 마련하겠다”며 “언제까지고 한 위원장이 조계사에 머물 수는 없는 만큼 공권력 투입 없는 문제 해결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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