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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평화적 도심 집회, 문화로 정착시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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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지난 주말 서울 도심에서 열린 ‘제2차 민중총궐기’ 집회가 별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지난 5일 집회에선 시위대의 쇠파이프도, 경찰의 차벽과 물대포도 등장하지 않았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경찰의 통제에 따라 지정된 차로로 행진을 했다. 경찰도 시위대가 도로를 행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날 집회에서 많은 참여자는 정부·여당의 복면금지법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복면을 쓰고 나왔다.

경찰과 주최 측 모두 융통성 발휘
쇠파이프, 차벽·물대포도 없어져
한상균 위원장은 법집행에 응해야

 경찰은 이들을 제지하지 않았다. 시위대로선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도 복면금지법에 대한 자신들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했다. 또 종교계와 시민단체, 학부모 모임 등이 이날 집회 현장에 나와 ‘평화 시위’를 강조하며 완충 역할을 톡톡히 했다. 도심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던 지난달 14일 집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중앙일보가 범국민대책위원회와 경찰에게 이날 집회에 대해 설문한 결과 모두 상대방에 대해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범대위는 경찰의 신고시간 보장, 물리력 절제에 대해 높게 평가한 반면 교통 소통 유도는 아쉬웠다는 반응이었다. 경찰은 범대위의 비폭력 준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일부 참여자의 산발적인 신고 지역 이탈은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결국 시위 주최 측과 경찰이 서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융통성을 발휘한 것이 이날 집회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하게 만든 셈이다. 폭력을 휘두르지 않고도 충분히 자신들의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은 이번 집회의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번에도 폭력시위가 발생했다면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우려가 컸다. 경찰은 주최 측이 앞으로 신청할 집회에 대해 불허할 것이고, 시위대도 집회 자체가 허용되지 않은 마당에 처음부터 폭력시위를 기획할 것이다. 결국 폭력시위-강경 진압이란 대결의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선 집회·시위에서 나와야 할 다양한 주장들이 오히려 묻히게 된다.

 집회 주최 측은 오는 19일 ‘3차 민중총궐기대회’를 열 계획이다. 지난 5일 시위처럼 절제된 시민의식을 보여준다면 집회는 별문제 없이 자유롭게 치러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최 측이 또다시 폭력시위를 기획한다면 대다수 여론의 비난을 받을 게 분명하다.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지만 어디까지나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도 5일 집회가 끝나면 자진 출두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한 위원장은 ‘공안 탄압’이라고 주장하지만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법원에서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까지 열린 세 차례 재판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검찰·경찰은 물론 법원까지 조롱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불법 시위를 주도해 놓고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탄압’을 운운하며 종교시설 뒤에 숨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그 자체가 일반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특권이다. 한 위원장은 자진 출두해 자신의 행위에 대한 법집행에 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