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서해대교 케이블 화재, 복구로 끝날 일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지난 3일 화재로 케이블이 끊어진 서해대교는 최소 24일까지 교통 통제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복구비용(23억원)은 도로공사에서 부담한다지만 서해대교를 우회하느라 발생한 교통체증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경찰은 현재 정확한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결과가 나와 봐야 하겠지만 화재 원인이 낙뢰든, 부실공사든 대대적인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

 도로공사는 현장 목격자의 증언 등을 토대로 화재 원인을 낙뢰로 보고 있다. 만약 낙뢰로 인한 화재라 하더라도 ▶주탑에 설치된 피뢰침이 왜 제 역할을 못했는지 ▶강선으로 된 케이블이 왜 열에 쉽게 끊어졌는지에 대한 규명을 해야 한다. 낙뢰로 케이블이 끊어진 경우는 2005년 그리스의 교량에서 발생한 사고 외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부실 시공 여부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놓고 철저한 조사를 벌여야 한다. 서해대교는 공사 중이던 1996년 철근 구조물 붕괴로 16명의 사상자를 냈고, 1999년에도 4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또 구조 안전,설계 변경 문제 등으로 완공 시기가 원래 96년에서 98년, 다시 2000년으로 미뤄진 바 있다. 서해대교는 주탑과 상판을 케이블로 연결해 지탱하는 사장교(斜張橋) 방식이다. 케이블의 강도에 문제가 생기면 최악의 경우 교량 전체가 무너지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1990년대 초 붕괴사고를 낸 신행주대교와 팔당대교도 콘크리트사장교 공법을 채택한 교량이다.

 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로 토목·건축물의 안전이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음에도그동안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국내 대형 교량 등에 대한 전반적인 안전 대책을 재점검해야 한다. 대형사고는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나타나게 돼 있다. 국토교통부와 도로공사는 끊어진 케이블을 복구했다고 임무를 완료한 게 아니다. 당국은 이 같은 사고가 재발할 위험이 없는지 현장을 샅샅이 확인하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