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행성 무릎관절 수술, ‘로봇 명의’에게 맡겨 보실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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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행성 관절염 말기의 70대 여성 환자가 인공관절수술 로봇인 ‘로보닥’을 이용해 무릎에 인공관절을 이식하는 수술을 받고 있다. [사진 진주세란병원]

‘액티브 시니어’. 젊은층 못지않게 활기찬 삶을 사는 50대 이상 중년을 일컫는 말이다. 액티브 시니어에게 튼튼한 두 다리는 필수다.

로보닥, 정확성·정교함 뛰어나

이를 위해선 관절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관절이 노화돼 퇴행성 관절염이 생긴다. 관절염이 심해지면 인공관절로 대체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정교함이 관건인

수술이다. 그런데 인공관절수술을 사람(의사)보다 더 꼼꼼하고 정확히 수술하는 로봇이 있다. 큐렉소의 인공관절수술 로봇 ‘로보닥’이다.

5년 전 정모(여·경남 진주시)씨는 50세의 나이에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 찾아왔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다리가 ‘O’자형으로 휘었고, 통증도 커졌다. 이 무렵 방문한 병원에서는 수술을 권했다. 정씨는 두려움에 처음에는 수술을 거부했다. 의료진은 인공관절로봇수술이라고 했다. 정교하게 이뤄져 통증도 적고 회복도 빠르다는 설명을 듣고 난 뒤에야 수술을 결정했다. 수술 후 정씨는 휜 다리가 몰라보게 곧게 펴졌다. 예전엔 꿈도 꾸지 못한 ‘양반다리’도 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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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렉소의 인공관절 수술 로봇 ‘로보닥’.

기존 수술법 재수술률 15~20%

인공관절수술은 보통 퇴행성 관절염 말기 환자가 받는다. 환자의 관절 연골이 닳아 없어져 관절을 깎아내고 인공관절을 끼워넣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인공관절수술 건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그중 무릎관절 수술 건수는 2009년 6만461건에서 2013년 7만8940건으로 30%가, 고관절 수술 건수는 2009년 1만9132건에서 2013년 2만5172건으로 31%가 늘었다.

 인공관절수술의 관건은 정확도다. 엉덩이관절 축 중심에서 발목관절 축 중심으로 수직선을 그었을 때 그 선이 무릎 한가운데를 지나야 이상적이다. 이때 대퇴골과 무릎, 발목관절로 이어지는 선은 7도를 이뤄야 한다. 인공관절의 중심축을 얼마나 잘 맞추느냐가 인공관절수술 성공의 관건이다.

 인공관절수술 중 사람(의사)이 집도하는 기존 수술법은 의사의 숙련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의사는 환자의 X선 결과물을 보고 수술법을 결정한다. 의사가 환부를 열고 모양자 같은 역할을 하는 ‘지그’를 환자 다리에 고정한 후 ‘소블레이드’라는 전동 톱을 이용해 뼈를 깎아낸다. 이때 소블레이드를 지그에 삽입하는 각도에 따라 뼈의 절삭 각도가 달라질 수 있다. 또 지그를 장착하기 위해 다리 축을 맞추는 도구를 비롯해 톱·망치·끌 등 다양한 수술도구가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출혈량도 많아질 수 있다. 또 뼈를 깎아낼 때 2~3㎜ 정도의 오차가 생길 수 있다. 의사에 따라 오차범위는 더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존 인공관절수술의 재수술 비율은 15~20%에 달한다. 수술 후 6~7일이 지나야 걸을 수 있다. 그만큼 회복 기간도 길다.

로봇수술 재수술률 1%도 안 돼

그래서 로봇이 도입됐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최신 IT기술이 적용된 로봇인공관절수술은 손떨림 같은 문제에서 자유롭다. 3도·7도 등 사람의 육안으로 가늠하기 어려운 각도까지 구분할 수 있다. 우선 환자의 관절을 찍은 CT촬영물을 큐렉소의 고성능 컴퓨터인 ‘올소닥’으로 불러와 뼈 표면을 3차원 입체화면으로 재구성한다. 환자의 뼈를 세밀하고 정확하게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뼈를 어느 각도에서 얼마나 깊이 잘라낼지 설정한다. 부위가 같아도 뼈의 생김새는 사람마다 다르다. 올소닥은 환자의 뼈 크기에 가장 잘 맞는 인공관절을 골라낸다. 그리고 그 관절을 환자에게 삽입했을 때의 관절 모양을 미리 보여준다. 수술 후 다리 축 각도도 미리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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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결과 미리 예측할 수 있어

이렇게 올소닥에서 완성된 수술 계획을 로보닥에 입력한 후 실제 환자 수술 시 적용한다. 로보닥은 수술 계획대로 뼈를 정확히 깎아낸다. 계획과 실행 간 오차는 0.1㎜ 이내다. 로봇인공관절수술은 수술 시 환자의 건강한 뼈를 최대한 남겨둔다. 로봇 팔에 장착된 밀링커터로 뼈를 부드럽고 곱게 깎아내 뼈에 충격을 최소화한다. 그래서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수술 당일에도 걸을 수 있을 정도다. 입원기간은 3~4일이면 된다. 수술 후 재수술률은 1%에도 못 미친다. 거의 없다는 얘기다. 로보닥으로 로봇인공관절수술을 받은 후 15년 이내에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보증하는 ‘15년 무상 품질보증서’를 발급하는 병원도 생겼다. 진주세란병원이 대표적이다. 진주세란병원 장병유 병원장은 “2010년 11월 인공관절수술 로봇 로보닥을 도입한 후 현재까지 2000건이 넘는 로봇수술을 진행했지만 무상보증서 제도를 이용한 환자는 아직 없었다”며 “그만큼 수술 결과가 좋다”고 말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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