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스쿨 뚫은 독한 샷의 힘 ‘빨간 바지’ 김세영 빅3 부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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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6호 23면

김세영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 신인들은 강력했다. 올해 초 기준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가 6명이나 됐다. LPGA투어 사무국에선 “이렇게 뛰어난 선수들이 동시에 몰려온 건 처음”이라고 했다. 앞으로도 보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LPGA 투어 회원이 아닌데도 세계랭킹 50위 이내에 드는 선수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상금 랭킹 최상위권에 있는 선수 몇몇에 불과하다.


그런 선수들이 LPGA 투어로 건너가는 것은 모험이다. 야구나 축구 선수 등은 빅리그로 옮기는 데 부담이 없다. 연봉 계약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는 연봉이 없다. 아무 것도 보장되지 않는다. 현재 투어에서는 정상급이지만 새로운 무대에서 어떻게 될지 모른다. 적자가 날 가능성도 있다. 떨어지면 망신인 Q스쿨을 치러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2015년 신인 중 가장 거물은 김효주(20·롯데)와 백규정(20·CJ)이었다. 올 초 세계랭킹이 7위, 11위였던 두 선수는 지난해 비회원으로 LPGA 투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Q스쿨을 치르지 않고 입회했다. Q스쿨을 통해 들어온 선수는 당시 세계랭킹 21위 장하나(22·BC카드), 39위(22·미래에셋)이 대표적이었다. 두 선수는 국내 투어의 안락함을 걷어차고 거친 세계로 갔다. 유럽 최고 선수로 꼽히던 찰리 헐(19·영국)은 세계랭킹 38위였는데 Q스쿨을 통과하지 못해 조건부 시드만 받았다. 일본의 빅스타로 세계랭킹 47위인 요코미네 사쿠라(30)도 Q스쿨을 통과했다.


이외에도 스타가 많았다. 아마추어 거물이었던 호주 교포 민지 리(19)와 미국 교포 앨리슨 리(20)가 Q스쿨 공동 수석을 했다. 태국의 거포 아리야 주타누간(20), 타이거 우즈의 조카인 샤이엔 우즈(25·미국), 미국 골프 리얼리티쇼의 스타인 라이언 오툴(28)과 프린스턴대 출신 한국계 선수인 켈리 손(23)도 통과했다.

 

한국계 민지 리, 엘리슨 리 안착신인 돌풍은 처음부터 거셌다. 화통한 장하나가 개막전부터 준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바로 다음 주이 바하마에서 우승했다. 김효주는 3월 열린 JTBC 파운더스컵에서 스테이시 루이스를 꺾고,은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기적 같은 칩샷과 이글샷으로 박인비를 꺾었다. 민지 리는 5월 킹스밀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때까지 12경기에서 신인들이 4승을 기록했다.


신인 돌풍은 늦봄 들어 잦아들었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김효주가 힘이 달렸다. 김효주는 국내 투어 신인이던 2013년에도 성적이 좋지 않았다. 투어에 적응한 2년 차에 성적을 냈다. LPGA는 국내 투어보다 이동거리가 훨씬 길어 힘들다. 김효주는 4월 국내 투어 개막전 롯데마트 여자오픈 최종 라운드 11번 홀을 마친 뒤 기권했다. 병원 응급실로 옮겨야 할 정도로 녹다운 상태였다. 국내 최고 스타로 큰 후원을 받는 김효주가 돈 값을 해야 하는 것도 문제였다. 김효주는 스폰서와의 계약 때문에 국내 대회에 많이 나와야 했고 다른 선수보다 더 많이 이동해야 했다. 그래도 김효주는 김효주다. 올해 평균 타수가 70.1로 5위다. 신인 중에는 가장 좋았다. 라운드 수가 90으로(102)보다 12개나 적은 것이 안타까웠다.


2015년 최고의 신인은이었다. 미국으로 건너 간 국내 여자 골프 황금세대 중 체력이 좋고 샷을 멀리 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냈는데이 대표적이었다. LPGA 거리 10위의 드라이브샷(263야드)과 공격적인 경기로 2015년 버디와 이글을 가장 많이 잡은 선수가이다. 시즌 3승을 거두면서 신인왕에 올랐다. 내년 박인비-리디아 고 양강 체제를 위협할 강력한 도전자로 미국 언론이 꼽고 있다.


장하나도 미국에서 빛을 봤다. 개막전 준우승으로 시작해 최종전 준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25개 대회 출전해 톱10 8번을 기록한 것은 신인으로서는 대단한 활약이다. 최고 신인들이 대거 몰려온 2015년이 아니라 다른 해였다면 충분히 신인왕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신인왕 후보 3위로 밀렸다. 장하나는 국내 대회에 짬짬이 나와 2번 우승했다. LPGA 투어에서는 준우승 4번에 우승이 없던 것이 유일한 옥에 티였다. 민지 리는 1승을 기록하면서 세계랭킹 23위로 올라섰고, 글래머 스타로 주목 받은 앨리슨 리는 매우 뛰어난 퍼트(4위)를 무기로 투어에 적응했다.


 내년 전인지 가세 … 한국 바람 더 거셀 듯LPGA 투어는 쉬운 게 아니다. 잘 하면 큰 보상을 받지만 워낙 경쟁이 심해 미끄러지기도 쉽다. 백규정이 가장 아쉽다. 그는 시즌 내내 “공이 똑바로만 나갔으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클럽을 여러 차례 바꿨다. 지난해 국내에서 4번이나 우승했던 백규정은 LPGA 투어 상금랭킹 57위, 세계랭킹은 63위로 2015년 시즌을 마감했다. 일본 슈퍼스타 요코미네 사쿠라는 47위에서 107위로 60계단이나 밀려났다.


5일 현재 LPGA 투어에서 내년 카드를 위한 Q스쿨이 치러지고 있다. 지난해 조건부 시드를 받았다가 재수한 양자령(20), 국내 투어에서 5승을 한 이정은(27) 등이 다시 도전하고 있다. 수퍼스타는 Q스쿨을 치르지 않는다. 전인지(21·하이트진로)는 올해 US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내년 카드를 땄다. 전인지는 올해 한국·미국·일본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했고 여자 선수 중 리디아 고와 박인비 다음으로 많은 24억원의 상금을 벌었다.


1993~95년에 태어난 한국 여자골프의 주력이 대부분 내년에 빅리그로 넘어간다. 내년 LPGA 전쟁터에서 진검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양궁 대표팀 선발전 같은 올림픽 출전권도 걸려 있어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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