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당신] DHA 우유, 유화제 첨가돼 예민한 아이는 배앓이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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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제 막 돌이 지난 딸아이 엄마입니다. 생후 12개월이 지나면 분유를 끊고 생우유로 바꿔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유를 배달받으려니 종류가 너무 많습니다. 칼슘·비타민D·DHA 등 특수 성분을 강화한 우유가 있나 하면, 유기농·무항생제 등 좋은 환경에서 자라 품질이 다르다고 선전하는 우유도 있더라고요. 그런데 가격은 적게는 2배, 많게는 6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냥 흰 우유를 먹이자니 품질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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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저도 우유 선택 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분유는 고르고 골라서 먹였는데 우유는 일반 우유를 먹일 수 없지 않느냐, 과연 어떤 걸 골라야 할까. 작정하고 어린이 우유를 검색해 봤습니다. 우선 프리미엄 우유는 특정 성분을 강화한 우유와 젖소의 사육 방법에 차별화를 둔 우유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배지영 기자의 우리아이 건강다이어리

우선 강화 우유부터 살펴봤습니다. 우유에 칼슘·철·비타민 등이 더 들어간 건 좋았지만 첨가물이 문제였습니다. 많게는 10여 가지 첨가물이 포함된 제품도 있었습니다. 특히 DHA는 물에 녹지 않는 성분이기 때문에 유화제가 들어갔습니다. 물론 안전한 수준으로 넣었겠지만 안전한 것과 건강한 것은 다르겠지요. 예민한 아이는 첨가물이 들어간 음료나 과자를 먹으면 배앓이를 합니다. 특히 매일 먹여야 하는 우유라면 찝찝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효과가 있으면 좋지 않냐고요? DHA 함량은 200mL당 약 1~4㎎입니다. 미국립보건원의 DHA 하루 권장 섭취량은 200㎎입니다. DHA 우유로 이 권장량을 다 채우려면 하루 50~100팩 정도 먹어야 합니다. 2배 비싼 강화 우유를 먹느니 생선 한 마리나 호두 몇 알, 그것도 안 된다면 건강기능식품으로 보충하는 게 더 좋습니다.

칼슘 강화 우유는 어떨까요. 현재 유아기 하루 칼슘 권고 섭취량은 약 700㎎입니다. 일반 식사로도 칼슘을 섭취하니 흰 우유 두세 잔만 먹어도 충족되는 양(200mL 한 잔에 약 200㎎ 함유)입니다. 비싼 돈 내고 칼슘 강화 우유를 먹을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단, 우유를 싫어해 하루 한 잔을 겨우 먹는 아이, 또는 멸치나 잎채소 등 칼슘이 든 반찬을 유난히 싫어하는 아이라면 칼슘 강화 우유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우유는 흡수력·함량 면에서 칼슘을 섭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식품이기 때문입니다.

무항생제 이름을 붙인 우유는 권하지 않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모든 우유는 법적으로 항생제 성분이 검출되면 안 됩니다. 검출된다면 뉴스거리입니다. 그런데 무항생제 우유라고 이름 붙여 마케팅한다면 소비자를 우롱하는 겁니다.

유기농과 자연 목초지 우유는 어떨까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좋은 것만 먹고 자란 소의 우유와 일반 우유의 화학적 조성은 같습니다. 칼슘·비타민 등의 무기질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우유의 호르몬 성분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가공법에 우유의 호르몬을 측정하는 항목은 없습니다. 우유 짜는 시기에 따라 달라져 일률적으로 측정할 수도 없죠. 전문가도 심증적으로 ‘좋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 더 좋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고 말합니다. 보통 자연 목초지 우유는 2~4배 더 비쌉니다. 극소량의 차이 때문에 이런 우유를 선택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믿을 만한 회사(빡빡한 공장식 사육시설이 아닌)의 일반 흰 우유만으로도 충분해 보입니다. 12개월 이후부터는 일반 흰우유를 매일 2잔씩 섭취하기를 추천합니다. 단, 비만이거나 고지방식을 좋아하는 아이는 저지방 우유를 2잔씩 먹이는게 좋습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도움말=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박미정 교수, 건국대 동물자원과학과 정승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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