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 레터] 12월, 해를 보러 떠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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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의 일몰 명소, ‘안면도 솔섬’.[중앙포토]

2015년도 저물 어갑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왜 이리 빨라지는 것인지, 올해도 달랑 한 장 남은 달력 앞에서 짐짓 움츠리게 됩니다.

 사진 한 장을 골랐습니다. 지난해 말 충남 태안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른바 ‘안면도 솔섬’으로 알려진 일몰 명소입니다. 원래 솔섬은 강원도 삼척의 솔섬이 유명했지요. 하지만 저작권 논란에 휩싸인 뒤로는 아무나 사진을 찍으면 안 되는 곳처럼 돼 버렸지요. 그러나 안면도 솔섬은 괜찮답니다. 안면도 서쪽 해안을 따라 ‘걷기여행길(태안해변길 7코스)’을 내면서 이 비경이 알려졌지요.

 이 사진을 고른 이유는, 겨우 한 장 남은 달력 때문입니다. 12월만큼 해를 생각하는 계절도 없습니다. 누구는 넘어가는 해를 보러, 또 누구는 떠오르는 해를 보러 여행을 떠납니다. 허구한 날 뜨고 지는 해가 뭐 그리 사무친다고, 12월만 돌아오면 굳이 먼 곳까지 찾아가 해를 보려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선뜻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올해도 우리네는 해를 보러 떠날 겁니다. 지는 해를 보고 어제를 마무리하고, 뜨는 해를 보고 내일을 다짐할 겁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지난 1년 내 쌓인 후회와 미련을 떨칠 수 있다고, 그렇게라도 해야 다시 무릎 세우고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일부러 고생이라도 해야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잠깐이라도 붙들 수 있다고 자위하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결국 스스로를 위로하는 일입니다.

 돌아보니 올해도 좋았던 기억보다 안 좋았던 기억이 더 많습니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살겠습니다. 올해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집장 손민호 ploves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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