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포의 포로’에서 벗어나 테러와 의연히 맞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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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파리 테러 발생 일주일 만인 20일 서아프리카의 말리에서 또다시 테러리스트에 의한 인질극이 벌어졌다. 파리 사건 직전에도 레바논 자살폭탄 공격, 러시아 여객기 폭파 등을 저질러 인류의 공적이 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는 파리에 이어 로마·런던·워싱턴·뉴욕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추가 공격을 공언해왔다. 이런 터라 이번 말리 인질극도 IS와 직접적으로 연계됐거나 최소한 파리 테러에 자극받아 저질러진 만행일 공산이 크다. 아직은 범인들의 정체가 확인되지 않지만 이들이 일부 인질을 풀어주면서 쿠란의 구절을 외우도록 한 점 등으로 미뤄 이슬람 과격단체가 틀림없다.

 선량한 양민 300명 이상을 숨지거나 다치게 하고도 모자라 또 다른 곳에서 죄 없는 이들을 희생시키려는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는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행위다. 더 이상의 무고한 생명이 다치지 않도록 국제사회가 일치단결해 악의 세력을 철저히 척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유엔 차원의 대응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안전 보장이 유엔의 설립 목적인 만큼 회원국 모두가 일치단결해 인류의 이름으로 처단할 일이다.

 우려되는 사실은 IS의 준동도 결코 만만치 않을 거라는 점이다. 이미 웬만한 나라의 국방비 이상을 무기와 전투력 유지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IS의 군사적 능력은 과거의 알카에다나 탈레반 이상이다. 프랑스 당국이 경고했듯 IS가 생화학 무기까지 사용할 경우 그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IS는 다른 종교의 양민들은 물론 같은 이슬람 신도라도 자신들과 뜻이 다를 경우 가차없이 살해해버릴 정도로 극악무도하다. 과거에는 이슬람 테러조직 역시 군사시설이나 관공서 같은 ‘하드 타깃’(hard target)을 주로 공격하고 가급적 양민들의 희생은 피하려 했다. 하지만 IS는 의도적으로 비무장 양민이 모이면서도 공격하기 쉬운 운동장·술집과 같은 ‘소프트 타깃’(soft target)을 골라 테러를 저지르고 있다.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위다.

 확인되진 않았지만 이번 말리 인질극은 이슬람 과격단체인 ‘안사르 알딘’의 소행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주목할 사실은 이 단체가 지난달 말 서울 코엑스를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조직이라는 점이다. 이 보도대로라면 서울 공격을 예고했던 테러조직이 백주에 인질극을 감행할 정도로 담대하고 과격하다는 뜻이다. 우리도 결코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을 새삼 깨닫게 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한국은 IS가 공격하겠다고 예고했던 미국 주도의 이라크 내 연합군 참가 65개국 중 하나다.

 방심해서도 안 되지만 그렇다고 ‘공포의 포로’가 돼서도 안 된다. 테러 공격 이후 카페 테라스에 일부러 앉아 차를 마시는 모습을 SNS로 세상에 전하는 파리 시민의 모습에서 의연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 항상 조심하되 테러에 결코 굴하지 않는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