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실업률이 재난·재해보다 테러에 더 큰 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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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한낮에 시민들이 참여하는 행사 도중 광화문광장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로 어린이를 비롯한 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거나 부상을 입었다. 자생적 테러조직의 소행이었다. 비정규직과 실업률의 증가로 빈곤층과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사회적 고립감과 주류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이 극단적 방법으로 사회에 충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재난연구원 국내 테러 시나리오
경제 양극화 따른 사회 불만이
북한 도발과 맞물리면 최악 상황
“소외계층 분노 조절 정책 필요”

 국립재난연구원이 작성한 국내 테러발생 시나리오 중 일부다. 연구원 측이 한국국방연구원,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소속 테러 분야 전문가 21명을 심층조사해 만들었다. 이 같은 내용은 ‘국내 테러 발생 시나리오 플래닝 연구’라는 논문으로 한국경찰학회보에 게재되기도 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테러가 발생하는 상황은 4단계 시나리오로 분석됐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대규모 테러 재난(Existential threats)’이다. 북한의 대남테러 가능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국내 정치적 갈등과 소득불균형이 맞물려 극단주의 사상으로 무장된 불만 세력의 자생적 테러가 곳곳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말한다.

 가장 긍정적인 상황은 ‘테러 청정국(Terror free zone)’ 시나리오다. 북한과의 관계가 원만해지고 사회 갈등과 불안요소가 완화되면서 사회적 합의에 따른 안보통제력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연구원 측은 이 때문에 “테러를 예방하고 테러공격에 신속히 대처하기 위해서는 정치권과 검찰·경찰 등의 사법기관이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테러 발생 요인으로는 북한과의 관계, 다문화가정 증가, 비정규직 및 실업률 등 14가지가 선정됐다. 이 중 북한과의 관계는 테러에 대한 영향력이나 불확실성이 높은 주 요인으로 꼽혔다. 이와 함께 정보의 글로벌화, 전자거래 의존도 등이 테러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양극화의 그림자도 분석에 반영됐다. 소득불균형과 비정규직 및 실업률은 국가경제의 불안이나 재난·재해, 다문화가정보다 테러에 높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테러범이 공사현장 사망 보상금과 사과를 요구하며 마포대교를 폭파한다는 내용의 영화 ‘더 테러 라이브’(2013)는 558만 명의 관객을 모을 정도로 공감을 얻었다.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은 “여전히 북한의 테러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북한 단독이 아니라 국제 테러단체 등 외부세력과 협력하는 테러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또 “사회에서 소외와 차별은 분노와 테러로 분출되는 것이 하나의 공식”이라며 “다문화가정과 새터민, 양극화 피해자 등에 대한 ‘분노 조절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성운 기자·주재용(한동대 언론홍보학 4) 인턴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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