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4형제, 수익률을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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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지난달 중앙일보가 펀드평가사 제로인과 함께 분석한 3분기 주식형 펀드평가에서 일반 국내 주식형 펀드는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국 증시 급락과 미국 금리인상 우려 속에서 국내 증시가 허덕인 탓이다. 이 와중에도 상장지수펀드(ETF) 상품 4개는 플러스 수익을 냈다. 일반 국내 주식평 펀드 1위가 -1.09%라는 민망한 수익률을 기록할 때 ETF 종목 1위는 11.96%의 성적을 냈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본부장은 “저성장 시대엔 전통적 투자 상품보다 ETF 같은 파생상품 수요가 늘게 된다”며 “투자업계도 이런 상품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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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지수는 박스권에서 오락가락하고 있다. 금리와 반비례하는 채권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설로 인해 약세다. 그렇다고 1%대 금리의 시중은행에 돈을 맡길 엄두가 나지 않는다. 투자자가 ETF를 비롯한 파생상품에 눈을 돌리는 이유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일반인에겐 멀게 느껴진다. 운용 방식이 복잡해서다. 여기에 비슷한 알파벳 줄임말로 돼 있어 종류마저 헷갈린다. 특히 ETF를 비롯해 상장지수채권(ETN), 주식워런트증권(ELW), 주가연계증권(ELS) 등 E로 시작하는 상품이 많다. 이들 상품은 어떤 점이 다를까.

저금리·박스피 시대 두각
유동성 좋은 상품 고르고
손실 한도 감안 투자해야

 ETF는 특정 지수나 종목들을 펀드처럼 묶어 증시에서 주식처럼 자유롭게 거래하는 상품이다. 펀드와 주식을 혼합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일반 펀드처럼 높은 운용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다. 국내주식형 ETF의 경우 매매수수료만 내면 된다. 채권·해외주식형 ETF 등은 수익이 나면 15.4%의 배당소득세를 낸다. 내년에 도입될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펀드와 함께 비과세 혜택을 받는 주요 상품이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ETN은 특정 지수를 좆는다는 점에서 ETF와 비슷하다. 하지만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채권’ 성격을 지닌다. 투자자는 자유롭게 사고 팔거나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개설 당시 4700억원이던 발행총액이 1년 만에 1조6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주의할 점이 있다. 발행 주체인 증권사가 파산하면 투자금을 잃는다. 이로 인해 자기자본 1조원, 신용등급 AA- 이상인 9개 증권사만 발행할 수 있다.

 ELS는 종합주가지수나 특정 기업의 주가를 기초자산으로 해 투자한다. 정해진 기간(보통 6개월)마다 이들 기초자산 지수가 정해진 요건을 충족하면 원금에 정해 놓은 수익률을 붙여 돌려준다. 하지만 손실을 입는 조건도 정하기 때문에 원금을 잃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요즘은 변동성이 큰 종목기반 ELS보다는 코스피200 등 주가지수 기반 ELS가 대부분이다. 최근엔 ELS보다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이 보장되는 파생결합사채(ELB)도 나오고 있다.

 ELW는 일정 수의 주식을 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워런트)’를 사고 파는 상품이다. 살 수 있는 권리(콜)와 팔 수 있는 권리(풋)가 있어 주가의 상승과 하락에 모두 대응할 수 있다. 콜 ELW의 경우 만기일에 사기로 한 가격이 기준가보다 낮으면 그 차이만큼 이득을 볼 수 있다. 반면 행사가가 기준가보다 높으면 산 가격만큼 손해를 본다. 2010년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조원을 넘었지만 2011년부터 기본예탁금이 1500만원 이상 돼야 투자할 수 있어 현재는 하루평균 거래대금이 900억원가량으로 쪼그라들었다.

 이기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투기성향은 ELW, ETF·ETN, ELS 순으로 높다”며 “자금이 부족하면 손해를 볼 수 있어 유동성 좋은 상품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초자산에 따라 상품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손실 한도와 투자 성향에 맞춰 신중히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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