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 “전쟁 행위 … 극악한 테러에는 관용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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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상처 회복에 나선 프랑스</b> 프랑스인들은 ‘흔들릴지언정 가라앉지 않는다’는 문구를 실천하듯 한마음 으로 상처 회복에 나섰다. 15일(현지시간) 파리의 테러 현장에는 추모 행렬이 줄을 이었다. [파리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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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시간) 테러가 발생했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축구 관전 중 전화를 받고 있다. [파리 AP=뉴시스]

파리 테러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프랑스에서 “지상군을 투입해 이슬람국가(IS) 세력을 소탕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샤를리’ 테러 땐 관용 강조했지만
총리 “모든 수단 강구해 적 파괴”
파리에 수천 병력, 추가 테러 대비
오바마 “IS 봉쇄” 12시간 만에 발생
미 공화당 주자들 “지상군 투입을”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이번 테러를 “전쟁 행위(act of war)”라고 규정했다. 그는 “극악한 테러에 관용(tol<00E9>rance, 톨레랑스)은 없다”며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비인간적인 테러 앞에 나와 타인의 차이를 인정하고 그 차이에 대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는 프랑스의 톨레랑스 정신을 내세우기 힘들어진 것이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프랑스 민영 방송 TF1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 전쟁 중이기에 예외적인 모든 수단을 강구해 적을 파괴(destroy)할 것”이라며 “ 시리아와 이라크까지라도 쫓아가서 범인을 색출해 전쟁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1월 17명의 희생자를 낸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때 톨레랑스를 외치던 올랑드 대통령의 모습과 대조된다. 당시 올랑드 대통령은 “광신주의·근본주의·불관용의 최대 피해자는 무슬림”이라며 “프랑스는 불관용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고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올 1월 파리에서 열린 테러 규탄 행진에서 “민주주의와 자유, 표현의 자유와 관용이라는 가치를 위해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국경을 폐쇄했고 파리의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파리 시민들에게는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15~16일 터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파리 시내에만 수천 명 규모의 군인이 배치돼 추가 테러에 대비했다.

 미국에서는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현행 공습 위주의 전략만으로는 절대 IS를 격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는 신경외과 의사 출신 벤 카슨은 14일 기자회견에서 “(IS 격퇴를 위해) 지상군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이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IS를 봉쇄하고 있다”고 장담한 지 불과 12시간 후에 테러가 발생한 것만 봐도 현행 미국의 IS 상황 인식이 얼마나 안이하고 허약한 것인지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우리의 목표는 처음부터 IS를 봉쇄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봉쇄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임기 1년여를 앞둔 오바마 정부로선 IS 격퇴를 위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 별다른 성과 없이 미군 희생만 장기화되는 ‘이라크전의 악몽’이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워싱턴·파리=김현기·고정애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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