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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도 총리를 극진 접대하는 영국의 속내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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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인도에겐 영국이 유럽연합(EU)의 관문이다.”

지난 11일부터 3박 4일간 영국을 방문 중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메시지다. 그는 “인도는 장차 인류의 6분 1(인구 수)의 운명을 대표하게 될 것”이라며 “영국과의 경제적 관계는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영국이 듣고 싶었던 메시지였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5월 취임 이래 세계를 누볐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 주요국들을 방문했다. 유럽에서도 올 봄엔 프랑스와 독일을 찾았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2010년 총리가 되자마자 방문한 나라가 인도인데 비하면 차이가 있다. 캐머런 총리는 그 사이 세 번 인도를 찾았었다. 사실 현직 인도 총리가 영국을 방문한 건 9년 전이다.

어렵사리 모신 손님인 만큼 영국은 공을 들였다. 지난 달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달리 국빈 방문이 아니어서 황금마차 탑승 등의 왕실 일정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의 오찬을 마련했다. 한 전문가가 “모디 총리와 인도인들을 기쁘게 하는데 맞춰진 일정”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우선 시기부터 배려했다. 방문 기간이 인도의 최대 명절인 디왈리(등명제·燈明祭)와 일치한다. 영국 언론에선 “시기도 감안했을 것”이라고 봤다. 축제의 의미를 배가시키려는 게다. 특히 영국에 사는 150만 명의 인도계로선 록스타와 비슷한 인기를 끄는 모디 총리를 직접 볼 기회다.

또 영국 의회광장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동상을 두 정상이 함께 찾는 일정도 포함시켰다. 영국이 과거 식민지 지배를 사과한다는 의미로 올해 세운 동상이다. 모디 총리는 “영국인들이 간디의 위대함을 알 정도로 현명하다. 인도인들은 이를 공유할 정도로 관대하다”고 말했다.

인도 총리론 처음으로 의회 연설을 하는 자리도 마련했다. 2002년 인도의 구자라트주에서 힌두교도와 이슬람교고 간 폭력 사태로 1000여 명의 사망자가 났는데 그곳 주총리였던 그가 사태를 방관했다는 의혹이 있다. 영국 의원들이 이 때문에 모디 총리의 영국 의회 출입을 금지하려 한 적이 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당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코빈 당수는 그래선지 의회 연설에 불참했다. 캐머런 총리는 그러나 “과거에 갇히지 말자”고 감쌌다. 그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모디 총리가 국민으로부터 엄청난 권한을 부여 받으며 당선됐다”며 “과거에 대한 오해로부터 벗어나 관계를 자유롭게 설정해야 할 때”라 말했다.

모디 총리가 해외 방문 때마다 대규모 군중 동원 행사를 즐긴다는 점을 감안, 영국은 아예 웸블리 구장을 빌렸다. 7만 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지난 9월 미국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1만6000명을 가볍게 제칠 수 있도록 했다. 비용은 기업들이 후원했다.

이런 환대는 경제적 요인이 크다. 이번에 99억 파운드(약 17조4600억원) 규모의 거래에 합의할 예정이다. 시 주석이 지난달 영국 방문에서 합의한 120조원에 비하면 약소하다. 그러나 미래를 봤다. 인도는 2022년 중국을 제치고 최대 인구국으로 떠오르고 2030년 미국·중국에 이은 세계 경제 3위 대국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캐머런 총리로선 정치적인 이유도 있다. 영국 언론은 “영국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바뀌곤 하는 지역구에서 인도계 표심을 사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인도계 상당수는 런던과 그 근교에 산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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