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교도소 동기의 잘못된 우정…12년만에 결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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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12년전 도둑맞았던 소총 3정을 최근 회수했다.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는 "지난달 2일 일산 지역 폐가(민가)에서 M16A1 소총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를 진행했다"며 "지난달 26일 소총 3정을 모두 회수하고, 30일엔 소총을 훔친 범인과 보관하고 있던 범인의 친구를 모두 붙잡았다"고 밝혔다. 군 당국은 총기를 훔친 전모(40)씨와 이를 보관하고 있던 방모(45)씨를 붙잡아 특수군용물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중이다.

사건은 2003년 7월 경남 하동지역의 군부대에서 발생했다. 군 당국은 해당 부대안에 있는 무기고의 철조망이 훼손됐고, 무기고 창문이 뜯겨 나간채 3정의 M16A1 소총이 없어진 사실을 발견했다. 이후 헌병대 등은 범인 검거에 나섰지만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고, 육군은 '분실'로 처리했다.

그러다 12년이 지난 지난달 2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지역에 있는 폐가를 살펴보던 주민이 소총 1정이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군은 즉시 합수단을 만들어 수사에 나선 결과 방 모(45)씨가 이 집에 살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추적에 나섰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에어컨 설비업에 종사하던 방씨가 자수하면서 실마리가 풀렸다.

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하동지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절도혐의자 전씨가 2003년 7월 부대에서 총기를 춤혔고, 다음달 방씨에게 소총을 건넸다. 방씨는 이후에도 소총을 보유한 채 일용직으로 옮겨 다니다 이사를 하며 소총을 떨어뜨렸다. 제보를 받은 군이 조사망을 좁혀오자 결국 방씨가 자수하면서 사건의 열쇠를 제공했다. 군은 방씨의 진술에 따라 지난달 30일 경남 창원에서 목수일을 하던 범인 전씨를 검거했다.

국방부 당국자는 "전씨와 방씨는 교도소 동기로 절친한 사이"라며 "전씨가 총기를 훔친 다음달 방씨에게 총을 준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범행에 사용하기 위해 소총을 절도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을 조사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총기 절도후 실제 범행에는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군 당국은 보고 있다.

육군은 이밖에도 2005년 이후 12건의 총기를 잃어 버렸고, 이 가운데 2009년 1월 13일 분실한 권총 3정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군의 총기 관리 소홀 문제가 다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건도 해당 부대의 무기고가 부대울타리 근처여서 민간인의 접근이 가능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총을 훔친 전씨는 당시 민간인이었는데, 본적이 하동이어서 지역 지리에 밝았다"며 "무기고 상단 울타리를 자르고 넘어가 창문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민간인들이 부대안에 들어가지 않고도 마음만 먹으면 살상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육군은 이 무기고를 옮기지 않고 철조망을 이중으로 하는 수준의 조치에 그쳤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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