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주유량 부풀리는 수법으로 유가보조금 23억4000만원 가로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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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량을 부풀리거나 기름을 넣지 않고도 주유한 것처럼 장부를 허위로 작성해 보조금을 가로챈 주유소 업주와 화물차주가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5일 가짜 신용카드 전표를 발행해 화물차주들이 유가보조금을 부당 청구하도록 한 혐의(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대전지역 주유소 5곳을 적발, 업주 황모(43)씨를 구속하고 강모(42)씨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들과 짜고 부풀려진 주유금액을 자치단체에 청구해 보조금을 가로챈 화물차 업주 김모(43)씨 등 217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538명은 행정기관에 통보했다.

조사 결과 황씨 등은 지난해 1년간 대전의 톨게이트 부근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화물차에 주유하지 않고 유류카드로 허위 결제하는 수법으로 유가보조금을 신청, 10억원 가량의 국가보조금을 받아냈다. 황씨는 보조금 가운데 세금과 수수료 명목으로 12%를 챙기고 나머지는 화물차 업주들에게 돌려줬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1년간 황씨가 챙긴 돈은 1억3000만원에 달했다.

또 다른 주유소에서는 실제로는 100L만 주유를 한 뒤 199L를 결제해 차액 99L에 대한 유가보조금 34만원을 가로채 화물차 업주와 나눠 갖기도 했다. 대형 화물트럭 3대를 운영하는 업주는 주유소와 짜고 매달 이런 수법으로 현금 수백만원을 건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수법으로 5개 주유소에서 화물차 운전자 750여 명이 23억4000만원 가량의 유가보조금을 받아냈다.

정부는 사업용 화물차들이 유가 상승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1L당 345원(월 최대 148만원)을 보조해주는 유가보조금 제도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만 화물차 43만명의 업주들에게 지급된 보조금이 1조600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전국적으로 허위 청구된 유가보조금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강부희 대전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국토교통부, 시·군·구청의 관리감독이 허술한 점을 이용해 허위로 보조금을 신청한 것”이라며 “관행적으로 이뤄진 범죄로 전국 지방경찰청으로 수사를 확대하면 막대한 세금누수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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