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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한반도] 4대 강 정쟁이 키운 충청의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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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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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전국적으로 단비가 내렸지만 충남의 강수량은 24㎜에 불과했다. 2014년 10월 21일 74㎜가 내린 이후 1년째 비다운 비가 없었다. 정부는 충남 보령·서산·당진 등 8개 시·군에 대해 강제 급수 조정도 검토하기 시작했다.

비다운 비 온 지 1년 넘어
8개 시·군 강제 절수 검토
가뭄 대비한 금강물 활용안
MB정부 때 논쟁 휘말려 무산
“물 실핏줄 곳곳 돌게 해야”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22조원을 들여 건설한 4대 강의 16개 보와 저수지엔 11억6600만㎥의 물이 차 있다. 충남 8개 시·군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보령댐(최대 저수량 1억1690만㎥)을 10번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한쪽에선 논밭이 타 들어가는데 다른 한쪽에선 물이 남아도는 파행이 빚어진 건 양쪽을 이을 연결 수로 공사가 정쟁에 막혀 무산됐기 때문이다.

 그나마 충남의 가뭄이 발등에 떨어지자 4대 강 사업으로 만든 금강 백제보 하류의 물을 보령댐으로 흘려보내는 연결 수로 공사가 착수됐다. 그러나 공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3월까진 백제보의 물은 ‘그림의 떡’이다. 백제보와 보령댐을 수로로 연결하는 사업은 4대 강 공사가 마무리되던 2012년부터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4대 강을 둘러싼 정쟁에 휘말려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최근 보령댐~금강 연결 사업을 정부에 요청한 것을 놓고도 여야는 제각기 ‘아전인수식’으로 해석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새누리당 일부에선 “4대 강 사업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안 지사가 4대 강 반대론을 접고 4대 강 활용론으로 돌아섰다”고 주장한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4대 강 사업을 제대로 했으면 이런 가뭄이 오지 않았어야 한다. 불필요한 4대 강 예산은 이번 예산 심의에서 모두 깎겠다”는 입장이다.

 기후변화에 따라 앞으로 극심한 가뭄이나 홍수가 닥칠 가능성은 커졌다. 고대 마야 문명이 붕괴한 것도 대가뭄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인류가 우주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바로 대가뭄 때문이다. 4년째 가뭄이 계속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물을 많이 쓰는 사람의 실명을 공개하고 있지만, 물 부족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젠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윤춘경 건국대 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가뭄이 왔는데 이 물이냐 저 물이냐를 따지는 것은 바보짓”이라며 “4대 강 사업의 공과를 평가하기보다는 기왕에 만들어진 물 그릇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물의 실핏줄을 잇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물을 아끼기 위한 수요억제 대책도 미룰 수 없는 시급한 과제다.

세종·보령=김원배·신진호 기자 oneb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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