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함께 즐긴다, 문턱 없는 캐나다 체육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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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 어린이들이 몬트리올 하위 모렌츠 아레나에서 아이스슬레지하키를 즐긴 뒤 링크를 빠져나오고 있다. 출입구 턱이 낮아 썰매를 탄 채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몬트리올=김효경 기자]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의 ‘생활체육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의 비율은 45.5%였다. 장애인의 경우엔 14.1%에 그쳤다. 장애인들이 운동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동권 확보’ 가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80%가 체육활동을 못 하는 이유로 ‘행동 제약’을 들었다.

레포츠, 안전 365 <8> 운동하기 힘든 장애인

 지난달 기자는 대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캐나다 생활체육시설 현장을 방문했다. 캐나다의 가장 큰 특징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은 시설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토론토대학 운동부 선수들과 장애인 선수들이 함께 쓰는 토론토 팬암센터가 대표적이다. 국립 휠체어농구 아카데미 감독인 마이크 프로글리는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일반인과 함께 운동한다. 장애인 전용 시설을 만드는 것보다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건물 설계도 장애인이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동 통로는 넓고, 웨이트트레이닝장도 널찍하게 기구를 배치했다. 출입구에는 휠체어 사용자의 높이에 맞춘 버튼이 설치됐다. 계단이나 문턱도 없다. 장애인이 보호자나 주변의 도움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물리치료실에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긴급전화와 튜브가 비치돼 있다.

 몬트리올에 있는 아이스 슬레지하키(장애인들이 썰매를 타고 하는 아이스하키) 전용 경기장은 링크 출입구 턱이 낮아 썰매를 탄 채 넘을 수 있다. 이동 통로에는 슬레지가 잘 미끄러져 움직일 수 있는 패널도 준비돼 있다. 관리자인 맥심 가뇽은 “아이스하키 경기장을 6년 전부터 리모델링해서 쓰고 있는데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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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장애인 체육 시설은 어떨까. 2002년 개관한 서울 은평구 구산동의 서부재활체육센터는 2400명의 회원이 이용하고 있다. 그 중 장애인 비율은 60%나 돼 단일 시설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장애인이 이용하고 있다. 이 곳은 장애인이 이용하기 쉽도록 수영장을 2층에 배치했고, 장애인 전용 레인을 뒀다. 계단에는 안전 그물을 설치해 낙상 사고를 예방한다. 샤워시설은 장애인이 쓰기 편하도록 좌식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모범 사례로 꼽히는 서부센터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안전요원이 부족해 안전교육을 받은 자원봉사자들을 추가로 배치해 메우고 있다. 황요섭 센터장은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금액은 연 3억원 내외로 전체 예산의 15% 정도다. 장애인전용 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장애인들에게 회비를 걷어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통상 주(州) 정부 예산과 공공 기금을 5:5 비율로 투입해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의 수도 절대 부족하다. 서울시에 등록된 장애인 숫자는 40만 명이 넘는다. 그러나 서부센터와 같은 시설은 서울시에 4곳 뿐이다. 황 센터장은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 서부센터를 이용하기 위해 왕복 3시간 거리를 오가는 이도 있다.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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