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엔 당이 2개 … 도움 되는 장마당, 도움 안 되는 노동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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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과거) 북한은 수령이 대단했는데 (지금은) ‘돈에 충성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현재 북한에는 장마당이 380개이고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이 370만 명에 이른다”며 이같이 보고했다.

국정원이 밝힌 요즘 북한
휴대전화 쓰는 사람 370만 명
해킹 우려 “한국산 쓰지 마라” 지시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 브리핑을 토대로 “북한에 휴대전화를 쓰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한국산은 쓰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안 쓴다. (국정원 해킹의혹 사건 당시) 카카오톡 같은 것을 국정원이 (이탈리아 업체로부터 기계를 들여와) 해킹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기 때문에 한국산은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또 “해외로 나간 북한 근로자들이 현재 5만8000명인데 1990년 이후 누적으로 22만여 명에 달한다. 외국물을 먹고 와서 북한 생활과 비교하니까 돈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근로자 5만8000명 중 약 1100명이 해킹 전문가로 중국·말레이시아 등에서 활동하며 월 소득으로 3000달러를 번다고 한다. 하지만 “2000달러는 (윗선에) 상납하고 1000달러로 생활하거나 운영비로 쓴다. 자기 자신이 쓸 수 있는 돈은 400달러”라고 국정원은 밝혔다.

 국정원은 “북한 장마당에서 달러가 거래되는데 귀하다. 1달러가 공식적으로는 북한 돈 106원인데 장마당에서는 7950원으로, 약 79배 더 크게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빨치산 손녀도 해외에서 6개월만 있으면 김정은 욕을 하게 된다. 통제가 어려운 사회로 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도 했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은 “북한에는 ‘당이 두 개가 있다. 장마당은 도움이 되는데 노동당은 도움이 안 된다’는 말도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북한이 치른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와 관련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중국에서 온 고위층은 환대하면서 자기 나라 인민들에게는 약속한 전기도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먹고살기에도 바쁜데 행사에 동원되다 보니 더 힘들어졌다”는 불평이 나왔다고 한다.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계기로 모든 주민에게 월 생활비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달러로 환산하면 50센트에 불과하다” “쌀 1㎏도 살 수 없는 돈을 주고 감상문을 제출하라고 하거나 충성결의 모임에 동원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나왔다고 국정원은 덧붙였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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