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병이 사라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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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최근 빈병 품귀 현상이 나타났다. 내년부터 빈병을 돌려주면 받는 보증금을 두 배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하자 고물상이나 공병 수집상 등이 병을 쌓아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금 병을 모아둬도 내년에 오른 액수의 보증금을 받을 수는 없다. 병에 표기된 보증금 액수만큼만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내년에 유통되는 병에는 특정 표시를 해 구분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빈병 회수가 되지 않자 환경부가 이를 단속할 법적 근거 마련에 착수했다.

내년 반환보증금 대폭 인상에
회수율 작년 97 → 79% 급감
환경부 “고물상 등 사재기 단속”

 환경부 관계자는 15일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빈병과 관련해 매점매석 금지 고시를 만들겠다. 이는 이르면 다음달부터 시행된다”고 말했다. 물가안정법에 따라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롯데칠성음료 등 10개 주류회사의 평균 빈병 회수율은 지난해 9월 96.8%에서 지난달 78.9%로 18%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빈병 보증금을 올린다고 발표한 뒤 가정용(소매) 주류를 취급하는 도매상들이나 일부 빈병 수거업체에서 빈병 납품을 미루면서 회수율이 급락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빈병을 수거해 주류회사로 돌려보내는 김재웅(56) 백광자원 대표는 “최근 소주병과 맥주병 등의 물량이 평상시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일부 가정과 고물상이 빈병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빈병 보증금은 소주병은 60원(40원→100원), 맥주병은 80원(50원→130원) 오른다.

 환경부는 고물상을 관리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유통 도매상에 사재기 차단을 위한 협조 공문도 보냈다. 일각에서는 사재기해 둔 병을 새로운 병으로 둔갑시키는 부정행위가 나타날 것을 우려하고 있지만 환경부 관계자는 “그 같은 행위는 사기죄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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