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진영 격의 없는 토론 북·미 수교문제 테이블에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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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워싱턴은 왜 평양과 국교수립 협의를 시작하지 못하는가. 북·미 수교회담 과정을 통해 핵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다.”(박영호 강원대 교수)

“협상과정서 북핵 실마리 나올 수도”
“임기 말 오바마, 리스크 감수하겠나”

 보수·진보 학자·전문가들이 참여한 15일 학술회의(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체제)에선 북·미 관계 정상화가 키워드였다.

 주제발표를 맡은 박영호 교수는 “6자회담이 정체된 상황에서의 새로운 동력으로서의 북·미 수교를 위한 고위급 회담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임기가 15개월 남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금 이 시점에서 북한과의 협상이라는 리스크를 감내할 리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인국 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은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수교가 북한에 실질적 매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도 견딜 수 있는 국제적 보장 등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우리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북한에 비핵화를 요구해서는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며 “통일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와 미국이 행동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토론자들은 남북이 주도권을 갖되 국제관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신범식(정치외교학) 교수는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쥐려고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주변국의 이해와 지지를 얻는 것”이라며 “동북아 세력 균형에 러시아·일본이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이 미·중에 치우쳐 러시아와 일본을 등한시했다는 지적이다.

서울대 일본연구소 소장인 박철희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 외교는 북한과의 양자관계 끈을 놓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 왔다”며 “우리의 목표에 부합하는 일본의 잠재적 역할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인 김흥규 교수는 “향후 2~3년 후 미·중 관계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중 관계도 악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정하고 그 시간 내에 한반도 평화체제 등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이희옥(정치외교학) 교수는 “중국은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운전대를 직접 잡을 생각은 없다”며 “남북이 먼저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이영종 통일전문기자,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정영교 연구원 yj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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