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혁신(science and innovation)’을 주제로 한국과 독일의 학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독일 측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도 나섰다. 7회를 맞이한 한·독 국제학술대회에서다.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13일 열린 이 행사에는 박근혜 대통령 초대로 방한 중인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김황식 전 총리 등이 참석했다. 가우크 대통령은 축사에서 “혁신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감염병, 자원 및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열쇠지만 국민은 새로운 기술과 혁신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정치인과 기업가들은 혁신을 외치기에 앞서 실제로 혁신을 구현할 리더십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독일 국제학술대회 열려
바이오·데이터과학 … 4개 분야 토론
독일 대통령, 노벨상 수상자도 참석
기조 연설은 199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생물학자 크리스티아네 뉘슬라인 폴하르트(73·여)가 맡았다. 곤충의 유충 연구를 해온 그는 초파리 몸체의 각 부분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확인한 공로로 노벨상 수상자가 됐다. 그는 “생물의 진화 과정을 밝혀내는 것은 곧 혁신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이라며 찰스 다윈의 자연선택설로 혁신의 동력을 설명했다. 자연선택설은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변이된 개체가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아 유전자를 퍼뜨린다는 학설이다. 그는 “인간의 피부색이 다른 건 자연에 적응하는 혁신 과정 때문인 것으로 설명된다.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유전자 변이를 혁신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산업 4.0, 위험관리와 혁신, 바이오, 데이터 과학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토론이 진행됐다. 그중 위험관리와 혁신 세션이 특히 주목을 받았다. 발제자인 박영아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장은 “세월호 등 각종 사고 및 재난·재해가 늘어남에 따라 위기관리의 국가혁신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대 이재열(사회학과) 교수는 “위험관리는 기술뿐만 아니라 사회의 문화와도 연관돼 있다. 위험을 극복하는 문화적 토양을 새롭게 다져나가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