굵고 뭉툭해진 KN-08 … “핵탄두 실으려 개량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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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이 10일 오후 평양에서 연 열병식은 사상 최대 규모였다.

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무기
KN-08 길이도 3년 전보다 1m 줄어
중국 학자 “북 핵탄두 소형화 실현”

 국군 관계자는 “행사에 동원된 장병들은 2만여 명으로 추정된다”며 “지난달 전승절 때 중국은 1만2000여 명을 동원한 만큼 병력만으론 거의 두 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중국이 항공모함 킬러인 둥펑-21D(사거리 1700㎞) 등 첨단 무기와 전투기 700여 대를 선보인 반면 북한은 30여 종 290여 대를 동원했다”며 “신형 장비보다는 병력 중심의 세를 과시하는 데 주력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비해 절반 수준의 장비를 동원하는 대신 사람으로 채운 일종의 인해전술이었다는 평가다. 군중 10만여 명도 동원됐다.

 북한은 항일 빨치산을 재연한 부대를 앞세워 T-34 구형 전차와 신형 천마 전차·방사포(다연장 로켓) 등 지상군 무기, 그리고 무인 공격기·AN-2·YAK-18·수호이-25기 등 공군 전력을 과시했다. 특히 북한은 한국군에 비해 우세(비대칭 전력)를 보이는 미사일 전력에 집중했다. SA-3·5 지대공미사일·실크웜 미사일을 비롯해 스커드·노동·무수단 등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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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에서 ‘핵 배낭’ 마크를 단 보병부대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앞에서 행진하고 있다. [조선중앙TV 캡처]

 군 관계자는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탄두 형태를 변형한 신형 탄도미사일(KN-08)과 300㎜ 방사포”라며 “사거리 1만㎞가 넘는 KN-08은 탄두 부분을 변경했고, 300㎜ 방사포는 처음 공개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 본토 공격을 염두에 두고 개발 중인 KN-08 미사일(사거리 1만2000㎞ 추정)은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생일 때 처음 공개됐다. 그러나 10일엔 탄두 부분이 뭉툭하게 변경됐고 직경이 굵어졌다. 대신 미사일 길이는 17.5m에서 16.5~16.8m 정도로 짧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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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날 베일에 싸여 있던 300㎜ 방사포 를 처음 공개했고(왼쪽), 검은색 부츠를 신은 여군들은 군악대 연주에 맞춰 ‘칼춤’을 선보였다(오른쪽). [조선중앙TV 캡처]

 이균호 세종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탄두를 소형화해 수납 공간을 늘리고, 미사일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열로부터 탄두를 보호하려는 방열 장치들을 추가한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주장해 온 핵탄두 개발이 끝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탄두 무게가 늘어난 만큼 사거리가 줄어드는 점을 감안하면 호놀룰루나 괌 등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시위”라며 “기존 KN-08은 미국 본토 공격용으로, 신형은 한반도 후방의 미군 기지에 대한 핵 공격을 위해 별도로 운영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핵 군수산업을 주도하는 중국핵공업집단(中國核工業集團·CNNC) 소속 주쉬후이(Zhu Xuhui) 박사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 북한학 학술대회에 제출한 논문에서 “북한의 핵 과학과 핵 기술, 실험장과 실험장비로 핵탄두 소형화를 실현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 군 관계자는 “북한이 아직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증거가 없다”며 “KN-08은 아직 실험을 하지 않아 재진입 기술 여부도 판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핵미사일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한 분석”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비밀리에 개발해 2013년 첫 발사 실험을 한 300㎜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는 200㎞ 이상이다. 이 무기가 실전에 배치되면 개성에서 사격할 경우 육해공군 본부가 있는 계룡대가 사정권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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