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동당 창건 70주년과 북한의 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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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의 노동당이 오늘로 창건 70주년을 맞았다. 북한은 조선공산당 서북 5도 당책임자 및 열성자대회에서 김일성 전 주석이 기조연설을 한 1945년 10월 10일을 노동당 창건일로 공식화해 49년부터 ‘사회주의 명절’로 기념해 오고 있다. 모든 국가 권력이 당에 집중돼 있는 북한의 ‘당국가적’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북한 체제가 수립된 지 70년인 셈이다.

 오늘 평양 김일성광장에서는 대대적인 열병식이 거행된다. 사상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이는 열병식에는 북한 군이 보유한 각종 병력과 무기, 장비가 총동원될 전망이다. 북한 당국은 또 각종 경축행사를 통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려 애를 쓰고 있다. 모든 군인과 주민에게 월 생활비의 100%를 특별 격려금으로 지급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번 행사에 쓰는 돈만 북한 한 해 무역액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4억 달러라는 보도도 있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은 정통성이 취약한 독재국가의 표상이다.

 그나마 장거리 로켓 발사 징후가 안 보여서 다행이다. 당초 오늘을 전후해 위성 발사를 빙자한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다. 중국의 권력 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축하사절로 와 있는 상황에서 ‘도발’을 감행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시기를 늦춘 데 불과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 놓을 일은 아니다.

 한때 북한은 경제력에서 남한을 앞질렀었다. 하지만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은 지금 남북 간 격차는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벌어져 있다. 국민총소득(GNI)은 44배, 무역액은 144배나 차이가 난다. ‘사회주의 지상낙원’이라는 북한은 주민들의 먹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는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주민은 배를 곯고 있는데 핵무기와 미사일이 무슨 소용인가. 정권 보위용 사치품일 뿐이다. 오늘 김일성광장 사열대에 서는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동원된 주민과 군인들의 강요된 환호에 취할 것이 아니라 난국에 처한 나라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 첫 단추는 남북관계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