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자' 마원춘의 귀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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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평양 순안공항 신청사 건설현장을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북한 북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수행하는 마원춘 설계국장(적색원). [사진 노동신문]

‘김정은의 남자’가 돌아왔다. 숙청된 것으로 알려진 마원춘(59) 북한 국방위원회 설계국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수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나선시 선봉지구 백학동을 현지지도했다는 소식을 전하면서 마 국장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마 국장은 ‘김정은의 건축 브레인'으로 김 제1위원장이 내세운 마식령 스키장, 문수물놀이장 등 주요 시설물의 공사 책임자다. 그리고 2013년 11월 김 제1위원장과 함께 백두산 인근 삼지연을 찾은 8인방 가운데 하나로 김정은 시대의 대표적인 테크노크라트였다. 따라서 김정은 체제의 '신실세'의 한 명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평양 순안국제공항 신청사의 공사 책임자였으나 김 제1위원장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숙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개 석상에 등장한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만이다. 김 제1위원장의 이번 현지지도에는 마 국장 이외에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김기남·김양건·오수용 당비서, 조용원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 김여정 당 부부장 등도 수행했다.

마 국장은 평양건설건재대학(현 평양건축종합대학)졸업한 이후 북한 최고의 건축설계기관인 ‘백두산건축연구원’ 건축가로 일했다. 2000년께 노동당 재정경리부 설계실에 영입돼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의 관저와 별장의 설계를 맡으면서 김정일 부자의 신임을 받았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지난 2월 마 국장이 공개 석상에서 3개월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마 국장이 지난해 11월 1일 김 제1위원장의 평양국제공항 시찰 당시 등장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김 제1위원장은 “세계적 추세와 주체, 민족성이 살아나게 마감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며 마 국장을 질책했다. 이후 마 국장은 공개 석상에서 사라졌다. 지난 2월 2일에 열린 건설부문평가회의에도 건설관련 군정간부 모두가 참석했지만 마 국장은 없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5월 공개한 북한이 숙청 또는 처벌한 주요 간부의 명단에도 마 국장이 포함되기도 했다. 당시 마 국장은 양강도 지역 농장원으로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영교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원 cy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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