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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TPP 가입하기 전에 경제 체질 확 뜯어고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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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5일(현지시간) 타결됐다. 회원국 간의 연간 무역 규모가 1경2100조원(10조1800억 달러)에 달하고, 이들의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 40%를 차지한다. 초대형 자유무역협정(메가 FTA)을 축으로 한 거대 경제 블록의 탄생이다. 중국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6개 국가를 모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미래 주도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 본격화했다.

 한국은 이미 TPP 참여 입장을 굳혔다. 최경환 부총리가 어제 “TPP에 참여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RCEP 협상에는 이미 당사국으로 참여 중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인 만큼 어느 한쪽도 외면할 수 없는 게 한국의 현실이다. 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 농업 등 취약산업을 보호할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TPP가 경제는 물론 외교·안보·국방을 망라하는 글로벌 규약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과 중국 양쪽의 이해와 양보를 이끌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하는 일도 필요하다.

 경제적으론 TPP 발효까지 남은 1년 반을 한국 경제의 ‘골든타임’으로 삼아야 한다. TPP는 기존 FTA가 중시했던 관세뿐 아니라 기업 지배구조, 환경과 노동 등 다양한 기준을 담고 있다.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며 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경제 체질을 확 뜯어고쳐야 한다. TPP는 한국보다 앞서 동남아와 중남미 등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한 일본에 크게 유리하다. 역내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조립하면 모두 자국산으로 인정해주는 ‘누적 원산지’ 개념을 채택하고 있어서다.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합하는 상품이 많고 브랜드 가치도 약한 한국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이를 극복하려면 연구개발(R&D)을 대폭 강화해 신기술과 혁신적 신상품을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 공공부문 개혁도 절실해졌다. TPP 합의문대로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제한하게 되면 공기업과 정책금융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TPP에 언제 가입하느냐보다 제대로 준비하고 가입하는 게 더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