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조림으로 창의력 뽐내고 기부하고 ‘일석이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기사 이미지

박상민씨는 “캔스트럭션 첫 서울 대회에선 꽁치·참치 캔을 주재료로 한 다양한 작품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사진 박상민]

“아이들의 잠재된 창의성을 키우고 인성도 기를 수 있어요.”

캔으로 구조 만드는 캔스트럭션
첫 서울대회 준비 박상민 교사
세계 150개 도시서 5000만㎏ 기부
협업·나눔 과정 통해 인성도 쑥쑥

 초등학교 교사 박상민(42)씨의 얘기다. 교편을 잡은 지 올해로 19년째인 그는 ‘캔스트럭션(Canstruction)’ 전도사다. 식품 캔(Can)과 구조물(Construction)의 합성어인 캔스트럭션은 캔을 이용해 예술 구조물을 만들어 창의력을 겨루는 세계적인 예술·과학 경진 대회다. 박씨는 지난 2월 사단법인 참여와 나눔과 함께 캔스트럭션의 라이선스를 취득해 다음 달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2015 캔스트럭션 서울’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서울시 남부교육청 발명교육센터에 파견 근무를 하다가 발명과 창의력 교육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캔스트럭션과 처음 만났다”며 “캔을 이용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작업을 통해 아이들의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확신했다”고 했다.

기사 이미지

‘2015세계 캔스트럭션 대회’에서 베스트 밀 상을 받은 작품. 물개쇼를 표현했으며 4035개의 캔이 사용됐다. [사진 Canstruction.org]

 캔스트럭션은 1992년 미국에서 시작돼 현재는 전세계 150여 개 도시에서 대회가 열릴 만큼 규모가 커졌다. 캔스트럭션은 창의력뿐만 아니라 ‘기부의 일상화’를 지향한다. 완성된 작품이 전시 후 해체되고나면 사용한 캔이 각 국의 푸드뱅크 등을 통해 취약 계층 이웃에 기부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5000만㎏의 음식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됐다.

 박씨는 “구조물 1개당 보통 1000~2000개의 캔이 사용되고 사이즈가 큰 구조물의 경우 6000개 이상이 들어가기도 한다”며 “작품을 만드는 재미와 함께 사람들의 기부 의지를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새로운 형태의 나눔 문화 행사”라고 했다. 그는 이를 통해 아이들의 인성도 자연히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그는 “창의성만 강조되다보면 인성은 결여될 수도 있다”며 “팀원들끼리 아이디어를 나누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창의력 교육이 이뤄지고 구조물이 해체돼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보면 따뜻한 마음도 길러진다”고 했다. 캔스트럭션 대회는 창의력을 겨루지만 1등이나 2등과 같은 순위 개념이 없다. 대신 ‘베스트밀(Best Meal)’처럼 한 작품에 사용된 통조림이 얼마나 다양한 영양분을 함유하고 있는지, 또는 SNS 투표를 통해 얼마나 많은 대중에게 독창성을 공감 받았는지 등에 중점을 둔다.

 올해 11월 28일과 29일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릴 예정인 캔스트럭션 서울 대회엔 대학생 이상 성인으로 구성된 프로 10개팀, 중·고등학교 학생으로 구성된 주니어 20개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대회 규정에 따라 참가 신청시 제출하는 구조물에 대한 기획안으로 본선 참가팀이 결정되며, 프로팀은 12시간, 주니어는 8시간 동안 구조물을 만들어 심사위원과 관람객의 평가를 받는다.

 박씨는 “국내에서 유통되는 캔의 색상이 그림 물감처럼 다양하다는 것을 대회 준비를 하며 알게 됐다”며 “창의적인 생각을 가진 학생과 일반인들이 능력을 발현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서울 개웅초등학교 교사인 박씨는 2009년 ‘세계학생창의력올림피아드(오디세이 오브 더 마인드)’에 학생들과 참가해 한국팀으로는 최초로 대회 1등을 했다. 이를 계기로 과학 및 창의력 교육에 앞장섰으며 ‘올해의 과학 교사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아이들과 편하게 의사 소통할 수 있는 형이나 오빠 같은 선생님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