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예산과 정책 당 온라인에서 사고 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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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유휴시설을 취업준비생들이 스터디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온라인으로 예약시스템을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 오류초등학교 후문은 밤이 되면 너무 어둡습니다. 밝으면서도 주택가에 빛 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가로등 설치 예산을 신청합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5일부터 ‘국민 예산 마켓’을 운영한다. 위의 사례들은 4일까지 사전 접수된 350여건 중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국민 예산 마켓은 도로 개보수 사업 등 실생활과 밀접한 예산을 새정치연합 홈페이지에 설치된 ‘예산마켓 란’(http://npadmarket.kr)에 제안하면 의원들이 이 안을 돈을 주고 사서 실제 예산안으로 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홍종학 당 디지털소통본부장은 4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정책개발비를 지급하는데 그 정책개발비를 국민에게 다시 되돌려 드리자는 취지"라며 "잘 되면 전세계에 직접 민주주의의 신기원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의원 1인당 50만원을 내고 민주정책연구원ㆍ중앙당이 5000만원씩을 출연해 총 1억5000만원 규모의 '국민정책펀드'를 만들 예정이다.

국민이 낸 예산 제안을 구매하려면 의원들은 1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한 예산안을 여러 의원이 구매하려고 할 경우 경매를 거쳐 최종 낙찰가가 정해진다.

홍 본부장은 "15일까지 예산안 접수를 받은 뒤 10명 안팎의 심의단을 구성해 100대 예산을 선정할 계획"이라며 "이후 국민투표를 거쳐 중점 추진할 10대 예산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네트워크정당 추진단장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100대 국민예산이 선정되면 해당 상임위별로 구매하도록 유도할 것”이라며 “내일(5일) 최고위원회의 때 문재인 대표 등이 눈에 띄는 안을 즉석 구매하는 이벤트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르면 올해 말 온라인에서 예산 뿐 아니라 ‘정책’을 사고파는 ‘정책마켓’도 출범시킬 계획이다. 최 본부장은 “국민이 제안한 예산과 정책이 모이게 되면 하나의 큰 흐름이 나올 것”이라며 “국민 협업시대와 국민 집단지성시대에 충실한 것이 예산마켓과 정책마켓”이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런 예산안 구매 행위가 불법 기부행위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최 본부장은 “유권자들의 정책 제안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것인만큼 기부행위로 볼 수 없다고 중앙선관위가 사전 질문에 답했다”고 주장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g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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