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논란의 연극 '에쿠우스'의 18세 주역 서영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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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소재와 전라 노출, 화려한 캐스팅으로 매번 화제를 몰고 다니는 연극 ‘에쿠우스’. 이 연극이 국내 초연 4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에서 또 다른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바로 극중 주인공 알런과 동갑내기인 17살 소년 서영주를 캐스팅한 것이다. 미성년자가 캐스팅됨에 따라 지난해 19세 이상 관람가였던 연극은 17세 이상 관람가로 수위를 조절했다. 정사신도 더블캐스팅된 배우와는 노출 정도가 다르다.

서영주라는 10대 배우가 이 연극에 여러모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증거다. 서영주는 나이는 어리지만 영화 ‘범죄소년’으로 각종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휩쓸고,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 주연 등 실험적인 역할들을 통해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쳐왔다. 그런 그가 이번엔 연극이라는 낯선 장르에 도전한 것이다. 부담감을 토로하면서도 10대만의 알런, 날 것 그대로의 매력을 무대에서 표출하겠다는 서영주의 각오는 당차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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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에쿠우스’가 달라진 게 많아요.
“지난해엔 19세 이상 관람이었는데 올해는 제가 미성년자라 수위를 조절해 17세 이상 관람이 가능해졌어요. 원래 알런과 질이 신전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부터 전라로 연기하게 되는데, 올해엔 전라 연기를 하지 않게 된거죠. 저로 인해서 바뀌었다는 게 너무 죄송해요. 전 가능하다면 전라노출도 하고 싶다고 얘기했어요. 알런이 벗는 건 절대 외설적인 게 아니에요. 해방감,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한 건데 그게 왜 외설적일까. 미성년자가 저의 전라를 본다 해도 저의 몸을 보는 게 아니라 알런의 것을 보는 건데 그게 문제가 되는 걸까,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뭔가 아쉽기도 하고요. 모든 걸 벗어던진 모습을 보여주면 알런의 마음이 더 잘 보일텐데…라는 생각도 들고 많이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죠. 하지만 수위 조절 때문에 연극영화과를 준비하는 고등학생들이 이 연극을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은 것 같아요.”
직접 ‘에쿠우스’를 본 적은 없을텐데… 역대 알런으로 송승환, 조재현, 최민식, 최재성, 정태우, 류덕환 등 명배우들이 거쳐 갔어요. 다시 돌아가서 볼 수 있다면 어떤 배우의 알런을 보고싶나요
“최민식, 조재현 선생님과 작년에 연기했던 전박찬, 지현준 선배님이요. 지난해 공연이 전라로 진행됐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제가 유일하게 알런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는 분들이 두 선배님이기도 해서예요. 또 영화 ‘뫼비우스’를 찍으면서 조재현 선생님을 만났는데 영화에서의 이미지가 아닌 알런의 이미지를 보고 싶어요. 조재현 선배님과 ‘에쿠우스’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최민식 선생님의 얘기가 나왔는데 자신과 완전히 다르다고 하셔서 최민식 선생님의 알런도 궁금해요.”
조재현씨가 알런을 사랑스러운 아이로 표현해달라고 당부했다던데 잘 되고 있는지.
“나름 사랑스러운 아이, 순수한 아이로 잘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본능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알런이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여진구씨와 비교하는 기사가 있었는데.
“진구씨 인터뷰 기사에 제 얘기가 나오더라고요. 기분 좋았죠. 진구와 친구니까.(웃음) 안 좋게 비교를 하시는 건 아니니까, 진구씨가 저하고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전 영광이에요. 청룡영화제 때 서로 존댓말하면서 악수하고 90도로 인사했어요. 비교한다는 자체가 너무 감사하죠. 저와 조금은 다른 길을 걷고 있는데 진구는 진구의 길이고 저는 저의 길이니까 이 상태로 쭉 가서 나중에 만나면 좋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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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우스 공연 장면. 지난해 배우들의 전라 연기로 화제가 됐으나 미성년자인 서영주가 출연하면서 노출 수위를 조절했다. 사진=극단 실험극장]

노출신이 있다 보니 몸 관리를 따로 하기도 하나요.
“’에쿠우스’를 하면 알아서 몸 관리가 되는 것 같아요. 이게 최고의 장점이죠. 따로 관리를 안 했는데도 살이 엄청 빠지고 근육이 생겨요. 제가 생각한 알런의 몸은 이게 아니었는데.(웃음) 근육도 없고 비쩍 마른 알런을 생각했는데 몸을 크게 쓰다 보니 골격이 자꾸 커지고 살도 빠지며 근육이 생겨서 오히려 걱정이에요.”
10대 치고는 파격적인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데 본인이 생각해도 가장 파격적이었던 작품은 뭔가요.
“두 개가 있는데 지금 하고 있는 ‘에쿠우스’와 영화 ‘뫼비우스’. ‘에쿠우스’는 10대가 이런 처절한, 말하고의 교감과 사랑을 하고 있는 게 파격적이죠. 알런이 요즘 기성세대처럼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원시적으로 움직이는 게 인상적이에요. ‘뫼비우스’는 주제 자체가 너무 파격적이고 강해요.”

김기덕 감독의 2013년작 ‘뫼비우스’는 근친상간이라는 소재 때문에 제한상영 판정을 받아 국내에서는 사실상 상영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에 사상 초유의 개봉 찬반 시사회가 열리기도 했다. 같은 해 베니스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됐고, 국내에선 몇 부분을 삭제한 끝에 청소년관람불가로 간신히 개봉될 수 있었다. 당시 서영주의 나이는 만 15세였다.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woo.sangjo@joongang.co.kr 영상=전민선 인턴기자 t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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