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절하 걱정마, 선물 있잖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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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위안화 절하를 계속할 근거가 없다. 수출을 늘리려고 위안화 가치를 (더) 낮추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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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22일(현지시간) 첫 방문지인 시애틀에서 외환 시장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실히 했다. 시 주석의 공언에도 여전히 국내 시장에선 위안화에 대한 불안함이 크다. 정부도 걱정을 감추지 않는다. 22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한국금융연구원 등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중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불안정한 가운데 중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위안화의 추가 절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원·위안 선물거래 내달 5일부터
현재 환율 기준으로 나중에 교환
절하 따른 환차손 피할 수 있어

 7월 이후 중국 증시가 출렁였지만 중국 펀드와 주식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A주 펀드의 규모는 3월 말 3조6000억원에서 9월 중순 6조 8000억원으로 증가했다. 그렇지만 지금까진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꼼짝없이 손실을 입어야 했다.

 현재 환율로 위안화를 미리 빌리고 나중에 돌려주는 ‘외환 스왑(FX스왑)’계약이 있지만 0.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여기에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기습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중국 투자자가 위안화 리스크에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주목받는 것이 다음달 5일부터 시작되는 원·위안화 선물거래다. 이번 위안화 선물 거래는 미국 달러, 일본 엔, 유럽 유로화 선물거래에 이어 4번째로 상장되는 통화 선물 상품이다.

선물거래는 물건을 정해놓은 가격으로 교환하기로 매매계약을 하는 걸 뜻한다. 실제 물건과 돈의 교환은 나중에 한다. 원·위안화 선물 거래에서 물건은 위안화다. 미리 정하는 가격은 환율이다. 결국 현재 시점의 환율을 기준으로 위안화를 나중에 교환하는 걸 뜻한다. 위안화 가치가 오르면 환차익은 얻지 못하지만 평가절하로 인한 환차손은 피할 수 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선물은 FX스왑의 5분의 1 수준인 약 0.03%의 수수료만 내면 된다”며 “중국 정부가 급작스럽게 평가절하를 하더라도 이를 피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 수출과 투자를 벌이는 국내 기업 입장에도 원 위안화 선물거래는 유용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국과의 무역에서 위안화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2분기 2.9%였다. 2013년 1.2%, 2014년 1.4%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2분기 위안화 결제금액은 1621억달러로 지난해 4분기 933.5억달러보다 1.7배 늘어났다. 위안화 선물시장은 중국 금융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중국은행(BOC)은 최근 국내 파생상품시장 회원사 등록을 신청하고 금융감독원의 인가를 앞두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위안화 선물시장이 열림에 따라 파생상품시장에 BOC가 큰 관심을 보여왔다”며 “중국은행은 국내은행보다 위안화 조달이 수월한 만큼 국내기관의 위안화 공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선물거래를 할때 적용하는 환율이 역내환율(CNY)이 아닌 역외환율(CNH)이란 점은 유의해야 한다. 이중호 연구원은 “CNH는 달러대비 위안화 환율로 계산한 뒤 이를 다시 원화로 환산한 것”이라며 “최근 중국 위안화 환율의 변동이 심해 CNY와 CNH의 환율 격차가 1~1.5%까지 나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선물거래(先物去來)=가격을 미리 정해 매매계약만 맺고 돈과 물건은 나중에 교환하는 거래. 정해진 선물거래소에서 이뤄지고 거래소가 계약이행을 보증해 계약 위반 위험이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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