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구르족 무장괴한들 탄광 습격…경찰서장 등 최소 20명 사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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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화약고’로 일컬어지는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에서 위구르족 분리주의자들이 탄광을 습격해 최소 20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홍콩 성도일보(星島日報)가 23일 보도했다. 중국 보안당국은 다음달 1일 위구르 자치구 선포 6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벌어진 테러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지난 18일 중국 신장서 분리주의 테러
자치 60년 기념일 앞두고 긴장 고조
당국, 식칼 살 때도 증명서 요구
과잉 통제가 반발 키웠다 지적도

 보도에 따르면 지난 18일 새벽 3~4시쯤 신장자치구 아커쑤(阿克蘇) 지구 바이청(拜城)현에서 무장 괴한들이 탄광에 침입해 현지 경찰관 등 수십 명이 사망했다. 괴한들은 보안 출입구를 지키던 20여명의 경비원들을 칼을 휘둘러 제압하고 광산용 다이너마이트 창고를 점거했다.

괴한들은 경찰차가 들어오는 탄광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석탄을 가득 실은 트럭으로 경찰차를 들이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5명이 괴한들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고 경찰 10여 명이 다쳤다. 사망자 중에는 지역 경찰서장과 부서장이 포함됐다. 테러 용의자가 몇 명이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상당수는 도주했다고 RFA는 전했다. 현지 경찰은 헬기로 도주범들을 추격하고 있다.

 중국 공안은 용의자들이 지역 경찰과 탄광주를 대상으로 오랜 기간 치밀하게 테러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사한 기습 공격에 대비하라는 긴급 지시가 인근 탄광에도 내려졌다. 바이청현에서는 순찰이 강화되고 학교들도 단축 수업에 들어갔다. 바이청현에서는 지난 2월에도 20여 명의 위구르족이 경찰을 습격해 공안 2명 등 20여명이 숨졌다.

 위구르족과 연관된 테러는 최근 몇 년간 계속되고 있다. 2009년 7월 중국인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과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이 우루무치(烏魯木齊) 에서 충돌해 197명이 숨지고 1700여 명이 다쳤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3월 집권한 이후에도 천안문 차량 테러(2013년 10월), 쿤밍(昆明) 철도역 테러(2014년 3월), 우루무치 기차역 폭탄 테러(2014년 4월) 등이 발생했다. 지난해 7월 위구르족이 많이 사는 카슈가르 사처(莎車)현에서는 위구르족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켜 96명이 목숨을 잃었다.

 신장자치구에 주로 사는 위구르인들은 중앙 정부로부터 독립하길 원한다. 이들은 정부의 탄압을 피해 언어와 종교가 가까운 터키를 정치적 망명지로 선호한다. 중국 정부는 테러와 분리주의, 종교적 극단주의를 신장자치구의 3대 악(惡)으로 규정하고 척결을 외치고 있으나 공안의 과잉 통제가 반발을 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정부는 지난 6월 신장자치구 내 공산당원·공무원·학생·교사들에 대해 라마단 기간 중 모든 종교 활동을 금지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억눌렸던 현지인들의 불만이 높아진 상태다. 신장자치구의 대형 마트에서는 이달 초부터 주방용 칼과 가위 등 날카로운 물건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파출소에서 ‘식칼 구입 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증명서에는 이름·사회보장번호·민족·연락처와 함께 식칼 개수와 용도까지 쓰게 돼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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