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 최장수 사과나무, 집중 치료로 건강 되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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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대구 청라언덕 사과나무.

80을 넘어 이제 90으로-.

1899년 들여온 나무의 마지막 자손
살균 처리하고 뿌리 부근 흙 교체

 수령 85년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구 청라언덕 사과나무가 고사 직전 되살아났다. 둘레 90㎝, 높이 6m인 이 사과나무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나이 탓에 나무 줄기와 껍질이 썩어들어가 죽을 지경이었다. 이를 대구 중구청과 나무병원이 20여 일간 집중 치료해 지난 21일 건강한 모습을 되찾게 됐다. 박대수 중구청 공원녹지계장은 “나이 탓에 힘이 없어 목발 개념인 버팀목의 도움을 받아야 서있을 수 있지만 부패한 부분을 도려내고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니 생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사과나무 되살리기에는 치료비 710만원이 들었다. 나무 전체를 살균 처리하고 썩어들어가는 가지를 모두 쳐냈다. 나무 뿌리 부근의 흙도 교체하고 영양제인 생육 활성제까지 주사했다. 이렇게 고사 직전의 사과나무에 정성을 쏟은 이유는 이 나무가 서양에서 들여온 한국 최초의 사과나무 자손이어서다. 1899년 동산의료원 초대 병원장인 우드브리지 존슨 박사는 사과 묘목 72그루를 국내에 처음 들여와 중구 남산동 자신의 사택 주변에 심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그루만 남고 다 죽었다. 마지막 남은 자손목이 바로 이 나무다. 사과나무는 98년 남산동에서 현재의 청라언덕으로 옮겨졌다. 대구시는 2000년부터 이 사과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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