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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금리인상을 미루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이 기준금리를 또 동결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는 17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상태(0~0.25%)로 계속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2008년12월 이후 근 7년만의 금리 인상이 초래할 후폭풍에 대한 공포는 일단 가라앉았지만, 시장을 짓눌러온 불확실성은 더 커졌다. Fed의 이번 결정에 ‘동결’이라기 보다 ‘인상 연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이유다.

이날 재닛 옐런 의장의 기자회견 모두발언 가운데 가장 중요한 표현은 ‘상호연결(interconnections)’이다. 옐런 의장은 “미국이 경제와 금융에서 외부 세계와 맺고 있는 상호연결을 감안해 해외 상황을 밀접하게 주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물가 상승이 더딤에 따라 좀더 확실한 증거를 기다려보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사실 미국 경제만 놓고 보면 금리 인상의 필요조건을 달성한 상태다. 8월 실업률은 5.1%로 떨어져 Fed의 완전고용 목표 범위로 진입했다. Fed의 금리 결정회의체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경기가 충분히 회복됐고 국내 소비도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금리인상 버튼을 누르지 못한 건 중국발 경기둔화와 이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 때문이다.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와 주가 급락 등이 미국 경제를 위축시키고, 인플레 상승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Fed가 ‘세계의 중앙은행’이란 입장에서 금리 인상을 미룬 것은 아니다. 글로벌 경제의 연결성이 Fed의 독자노선을 가로막고 나선 것이다. 옐런은 “도대체 무엇을 걱정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중국과 신흥시장을 둘러싼 리스크가 어떻게 미국에 파급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옐런은 이를 테면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성격이다. 그가 원했던 것은 시간이다. 그는 “(중국발 경기둔화와 금융시장 동요가) 미국 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시간을 좀더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 기다림 뒤에 Fed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다.

그 시점은 언제일까. 올해 FOMC회의는 10월(27~28일)과 12월(15~16일), 두 번 남았다. 이 중 옐런의 기자회견은 12월에만 예정돼있다. 금리 인상이 글로벌 경제에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옐런이 기자회견에서 직접 배경을 설명할 수 있는 12월이 적기라고 볼 수 있다. 기자회견에서 콕 집어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옐런은 “10월도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기자회견은 소집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FOMC가 금리인상을 주저하게 한 요인들이 단기간에 정리될 성격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만 해도 예상보다 빨리 찾아온 경기 하강이 언제 멈출지 알 수 없다. 시장의 변동성은 커졌다. 더구나 인플레는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Fed의 인플레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에 대한 FOMC 위원들의 추정치는 오히려 6월보다 떨어졌다(0.6~0.8%→0.3~0.5%). Fed의 금리 인상 결정은 해를 넘길 수 있다는 전망이 늘어나는 이유다. 금융시장 가운데 움직임이 가장 빠른 선물시장은 이미 내년 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40.9%로 잡고 있다. 10월(18.0%)은 물론 12월(38.5%)보다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하지만 옐런은 그동안 여러 차례 연내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해 왔다. 금리 인상을 내년으로 미루면 옐런은 ‘신뢰’를 잃게 된다. 많은 전문가는 연내 소폭이라도 금리를 올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금리 정상화로 간다는 신호를 명확히 보내면서도 시장 충격은 줄일 수 있다는 논리다. 9월 FOMC 회의에서 올해 금리를 올라자는 이는 13명, 내년 이후는 4명이었다. 아직 '연내 인상파'가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6월 회의 때와 비교하면 그림이 다르게 보인다. 당시는 '내년 연기파'가 단 2명 뿐이었다. FOMC 내부에 비둘기파가 점점 득세하고 있는 상황이 금리 인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뉴욕=이상렬 특파원, 서울=하현옥 기자 i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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