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대한민국은 몰카천국, 안전지대 없어…볼펜·라이터·안경·리모컨·단추·넥타이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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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 수십번에서 수백번 카메라에 찍히고 있다. 특히 ‘촬영을 당하는 사람이 그 사실을 모르는 상태’로 촬영하는 이른바 ‘몰래카메라(이하 몰카)에 의해서다. 막연하게 불안감을 갖고 살지만 어떻게 찍히는지 잘 모른다. 최근 발생한 ‘워터파크 몰카사건’이 단적인 사례다. 이를 계기로 관세청이 지난 7일부터 ‘몰카 불법 수입 기획단속’을 벌인 결과 대한민국은 몰카 천국으로 확인됐다. 관세청은 이번 단속에서 4명을 관세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나머지 7명은 계속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들여온 몰카 종류를 보면 한국인이 얼마나 몰카에 쉽게 노출되는지 알 수 있다. 몰카는 볼펜·라이터·안경·리모컨·단추·넥타이형 등 모두 생활 밀착형 제품들의 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의 안경 너머로 내가 찍힐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외에도 내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채 찍힐 수 있다는 얘기다. 아무리 피하려고해도 이런 생활형 제품으로 찍어대면 몰카를 피할 수 있는 안전 장소가 없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이번 단속에서 ‘전파법’상 전자파 적합인증이나 등록을 받지 않은 몰카를 수입하면서 인증받은 제품의 인증번호를 도용해 제품에 부착하는 등의 방법으로 불법 수입하는지를 점검했다. ‘전파법’상 무선기능이 있는 것은 적합인증을 받아야 하고, 무선기능이 없는 것은 적합등록 대상이다.

몰카는 ‘전파법’상 국립전파연구원장의 전자파 적합인증을 받아야 수입할 수 있는데, 인증을 받으려면 120만원 정도 경비가 발생하고 인증기간이 15일 정도 소요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기존에 전자파 적합인증을 받은 다른 물품의 인증서를 사용하여 부정하게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각종 카메라를 전문적으로 수입하는 J사의 대표 P(46)씨 등은 정상물품을 수입하면서 몰카 23종, 721점을 불법으로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에 소재한 K씨(51)는 카메라를 수입하면서 실제 거래가격보다 낮춰서 신고하는 방법으로 관세 2000만원을 포탈하고, 차액대금 2억5000만원을 중국으로 출국할 때 가지고 가서 중국 현지에서 수출자에게 지급했다. 그는 외국환거래법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관세청은 몰카의 사생활 침해 등으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도록 이번 기획단속 중인 업체를 계속 조사하는 한편, 수입화물 및 여행자 휴대품에 대한 엑스레이(X-Ray) 검색 등 검사를 강화하고, 시중단속도 한층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김동호 선임기자 dongho@joongang.co.kr
[사진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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