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업주부 보육 개편 바람직, 실행안 세밀히 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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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정부가 0~2세 영아 무상보육을 손보겠다고 나섰다. 전업주부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하루 6~8시간으로 줄이되 월 15시간을 추가하는 게 골자다. 초과할 경우 별도 비용을 내야 한다. 이와 함께 가정 양육수당(10만~20만원)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시설 이용 제한과 양육수당 현실화는 동전의 앞뒤와 같아 함께 추진하는 게 맞다.

 정부의 무상보육 개편은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여야 합의로 2012년 0~2세 무상보육을 급작스레 시행한 지 3년여 만에 정부가 총대를 멨다. 무상보육의 폐해는 이루 말할 필요가 없다. 이윤을 노린 시설이 급증했고 교사에 대한 처우가 엉망이 됐다. 질 낮은 보육은 끔찍한 아동 학대 사건을 야기했다. ‘어린이집에 안 가면 손해’라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면서 0~2세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률이 2011년 28.6%에서 이듬해 35%로 뛰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영아의 시설 이용률이 30%를 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

 이번 개편으로 절감한 돈을 보육료 단가 인상, 교사 처우 개선 등에 쓰면 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양적 확대에서 질 향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신호탄이 된다. 정부 안대로 하면 전업주부의 아동은 하루 6시간45분 어린이집을 이용할 수 있다. 현재 이용 시간(6시간42분)과 다를 바 없다. 복지 축소라는 심리적 불쾌감이 있을지 몰라도 실제 변화는 없다는 뜻이다. 절감된 예산을 교사 처우 개선에 쓴다면 아이에게 더 이롭다.

 정부는 일시보육(시간제), 6~8시간 반, 종일반, 야간 연장반으로 맞춤형 보육의 얼개를 짰다. 이번 개편의 취지를 잘 살려 명실상부한 맞춤형이 되게 내실을 다져야 한다. 정치권도 무조건 반대할 게 아니다. 2012년 정부가 이번과 비슷한 개혁을 시도할 때 무산시킨 적이 있다. 부모 소득, 취업 여부 등에 관계없이 보육시설을 이용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우리는 한 해 10조원을 보육에 쓰는데도 만족도가 매우 낮다. 질이 따르지 않아서다. 이번에는 정부와 사회가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