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생 제약사 취업시킨 ‘별난 수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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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양대 에리카캠퍼스(경기도 안산 소재)를 졸업한 오재용(30)씨는 유한양행 약품사업본부에 다닌다. 인문학도(영미언어문화학)인 그가 제약회사에 취업한 비결은 학교 수업이다. 그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이 모인 ‘특허와 협상’이라는 융합전공 수업에서 공대생 2명, 디자인학과 학생 1명과 팀을 이뤘다.

 이들이 만난 지 석 달 만에 성과가 나왔다. 지나간 TV 장면을 되돌려 원하는 화면을 찾고, 터치하면 제품 정보(광고)가 나오는 ‘타임머신 UI’ 기술을 개발했다. ‘자동차 블랙박스처럼 장면을 되돌리자’는 오씨의 아이디어에 공대생의 기술력과 예비 디자이너의 감각이 더해졌다. 강사였던 변리사의 도움을 받아 특허도 냈다. 오씨는 “면접 때마다 인사담당자들이 ‘인문대생이 어떻게 특허를 냈느냐’며 관심을 보였고, 결국 원하는 회사에 취업했다”고 말했다.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선 이런 방식의 캡스톤 디자인 수업(학생이 작품 설계·제작·결과물 발표를 직접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활발하다. 전 계열 학생이 참여하다 보니 인문계열 졸업생 취업에 도움이 된다. 본지가 창간 50주년을 맞아 여론조사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와 공동으로 전국 37개 대 6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학 교육의 질 평가(취업·창업 부문)에서 한양대 에리카캠퍼스는 가톨릭대, 건양대, 서강대, 성균관대, 인하대 등과 함께 ‘상’ 등급을 받았다.

 건양대는 ‘취·창업 동기 유발 학기’를 운영한다. 지난 8월 2학년생 300명이 4박5일간 학교 기숙사에 머물며 직업 선호도 조사, 팀별 창업 아이템 발표 등 진로교육을 받았다. 김성겸(21·사회복지2)씨는 “전공 외에는 취업 길이 없다고 생각했다는데 창업 등 다양한 길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취업과 창업에서 최상 등급을 받은 대학은 전남대·코리아텍(한국기술교육대)·KAIST다. 코리아텍은 재학생들에게서 ‘현장에 유용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1위)는 평가를 받았다. 이 학교는 2012년부터 3, 4학년에게 6개월 이상 국내외 기업에서 월급을 받으며 현장실습하는 장기실습제도를 운영한다. 지난해 330명, 올해 350명이 참여했다.

 KAIST는 ‘학교 진로 프로그램이 도움된다’고 응답한 재학생 비율(76%)이 37개 대학 중 가장 높았다. KAIST는 지난해 4월 ‘창업원’을 세우고 창업 희망 학생에게 각종 컨설팅부터 법인 설립자금까지 지원한다. 전남대 는 단과대마다 ‘취업 전담 조교’(CM)를 두고 예비 졸업생을 일대일로 지원한다.

◆대학평가팀=천인성(팀장)·박유미·남윤서·현일훈 기자, 심송진·구세미·이화 연구원 ◆취재 참여=이설(중앙대 경영 졸업)·이유경(연세대 정치외교4)·김벼리(성균관대 국문4)·최문석(조선대 역사문화4) guch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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