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구를 찾았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정계에 입문한 뒤 2012년까지 해당 지역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해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구경북과학기술원에서 열린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발전을 위해 더욱 외교적인 역량을 발휘해 나가면서 국내적으로는 경제 활성화와 국가 미래를 위한 개혁을 이루는 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곤 “지난 안보위기 상황에서 청년들이 전역을 미루고 예비군복을 챙기는 모습을 봤는데 이렇게 책임감과 애국심이 투철한 청년들에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정말 절실한 과제”라며 노동개혁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노동개혁이 이뤄지면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그렇게 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면 더 많은 소비가 이뤄지고, 소비가 이뤄지면 더 많은 투자를 하게 된다”며 ‘선순환 구조론’도 제시했다. 그런 뒤 “올해가 노동개혁의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상생의 합의를 이뤄내야만 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개혁으로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더 이상 지체하거나 기다릴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업무보고 뒤 오찬 간담회에선 “산을 오르다 보면 마지막 한 고비, 딱 한 고비 흔히 깔딱고개라고 한다. 그 고비를 넘기는 게 아주 힘들 때가 있는데 우리나라도, 대구도, 지금이 바로 그 순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대구산 선글라스를 쓰고 열병식을 봤다”며 박 대통령의 선글라스가 국산임을 공개했다. 소비자가격이 17만원대인 이 선글라스는 대구의 제조업체 ‘시선’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오찬 후 박 대통령은 대구 서문시장을 3년 만에 찾았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12년 9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창조경제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 뒤 이곳을 찾은 적이 있다. 현장을 찾은 시민들과 상인들이 “대통령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등의 환호를 보냈다. 박 대통령은 상가를 돌며 현금과 온누리상품권으로 만두, 개량 한복 상의, 과자, 신발 등을 샀다.
이날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엔 이례적으로 이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찬 간담회에도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간 박 대통령의 지방자치단체 업무보고 땐 해당 지역 의원들이 거의 빠짐없이 참석해왔다. 대구지역의 한 의원은 “예전과 달리 의원들이 지역 행사에 초청을 받지 못해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 일각에선 지역 의원들을 초청할 경우 지난 6월 박 대통령과 국회법 개정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까지 포함해야 하는 만큼 아예 의원들을 모두 초청 대상에서 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하기 위한 방문이었던 만큼 더 많은 시민과 직접 소통하시겠다는 의미에서 의원들은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nov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