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후진타오 등 원로 총출동, 국내 정치 화합 연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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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열병식은 중국의 내치(內治) 측면에서도 적잖은 함의를 갖는다.

 반(反)부패 운동의 칼날을 전직 지도자 측근에게까지 겨누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날은 전직 지도자들에 대한 예우를 갖추며 화합의 모습을 연출했다.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는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등 원로 지도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진핑-장쩌민-후진타오 3대에 걸친 전·현직 주석이 나란히 서는 ‘3대동당(三代同堂)’이 이뤄진 것이다.

 그 옆에는 리커창(李克强) 총리,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등 현직 최고지도부 인사 7명이 늘어섰다. 현직 상무위원 7명의 왼편으로는 리펑(李鵬) 전 총리와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섰다. 중병설이 돌았던 리펑 전 총리는 강심제 주사까지 맞고 성루에 올랐다고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보도했다. 5분에 한 번씩 휴식을 취해야 하는 그의 건강 상태를 염려해 의료진도 대기했다. 우방궈(吳邦國) 전 전인대 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 자칭린(賈慶林) 전 정협주석, 리창춘(李長春) 전 상무위원, 허궈창(賀國<5F37>) 전 기율위 서기 등도 참석했다.

 1949년 공산정권 수립 이후 중국에서 열린 14차례의 열병식에서 원로들이 참석해 온 전통은 이번에도 유지됐다.

 당초 불참이 예상됐던 원로들이 열병식에 참석한 것은 시 주석과의 정치적 타협의 결과라고 보쉰은 분석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교수는 “민족주의와 애국심을 강조하는 시진핑 주석에게 항일(抗日)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원로와 현직 지도자는 하나다”며 “대내 단합을 위한 장(場)인 열병식에서 항일을 매개로 하나가 된 모습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시진핑은 이날 연설에서 전임 지도자들의 지도 노선을 일일이 열거했다. 시 주석은 “공산당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장쩌민 지도노선) 이론, 과학발전관(후진타오 노선) 등을 거치며 사회주의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가림 호서대학교 교수는 “열병식은 중국 국내 시각에서 보면 중국의 높아진 위상을 국민들에게 실감시키면서 사기를 진작시키고 군대의 충성을 확인받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류사오치(劉少奇) 전 주석의 장손인 ‘혁명 3세대’ 류웨이닝(劉維寧·러시아명 알로사)도 열병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항일 투쟁에 참여했던 류 전 주석의 손자를 우대함으로써 항일 원로와 그 가족을 존중하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해석이다.

한우덕·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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