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전담 긴급상황실 24시간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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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이 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 감염병 대응 24시간 긴급상황실 설치’등 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앞으로 감염병을 전담하는 긴급상황실(EOC)이 연중 24시간 운영되고 의심환자가 발생하면 즉각대응팀이 곧바로 현장에 투입된다. 질병관리본부는 현재 실장급에서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되고 예산과 인사 등에서 자율성이 보장되나 보건복지부 산하에 그대로 남는다. 정부는 1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가방역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시작돼 환자 186명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후속 대책 차원이다.

 개편안에 따르면 긴급상황실은 1년 내내 감염병에 대한 정보 수집과 감시, 신고 접수, 지휘 통제 기능 등을 수행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등을 참고해 감염병 발생 때 즉각 대응하기 위해서다. 권준욱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긴급상황실은 세계 각국이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이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번 대책에서 실질적인 핵심안”이라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 과정에서 지적을 받은 국민과의 소통과 위기 관리에 관한 전문성은 강화된다. 정부는 질병관리본부 내에 위기관리 소통 전담부서를 신설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은 “의심환자 발생 단계에서는 의료기관에, 확진환자 발생 단계에서는 국민들에게 관련 정보를 즉시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공중보건의 위주로 구성된 역학조사관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정규직 60명을 추가 채용한다. 공무원 직렬에 ‘방역직’도 새로 생긴다.

 감염병 치료 체계도 개선된다. 중앙과 각 권역에 음압격리병상을 늘려 2020년까지 1500명을 1인실로 수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가지정격리병상의 수용 인원도 현재 71명에서 188명까지 늘린다. 응급실을 통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응급실 입구에서부터 감염 위험 환자를 선별 진료하는 것도 의무화된다.

 반면 관심을 모았던 질병관리본부 독립은 이뤄지지 않았다. 차관급이 되는 질병관리본부장은 인사·예산권을 갖게 되나 복지부 산하여서 자율성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감염병 발생에 따른 위기경보 단계(관심·주의·경계·심각)와 상관없이 정부 내 방역대책본부를 지휘한다. 정 장관은 “이 문제로 많은 고민을 했다. 앞으로 (질병관리본부에) 협조와 지원은 하되 간섭하는 것은 철저히 막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질병관리본부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고려대 의대 천병철(예방의학) 교수는 “외청 독립을 통해 조직 확대나 전문가 채용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기대에 미치지 못한 개편”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의대 박은철(예방의학) 교수는 “복지 분야와 일반 공무원에 쏠림이 심한 현재 시스템에서 질병관리본부가 계속 머무르면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 보건부와 복지부를 분리할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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