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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LPG차 일반인에게 판매 제한, 규제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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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최근 액화천연가스(LPG) 사용제한 완화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LPG업계는 일반인에 대한 LPG차량 판매 제한은 규제란 입장이다. 소비자가 연료 선택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도 주장한다. 일견 타당하게 들린다. 하지만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현재 LPG 연료사용제한을 시작하게 된 배경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택시·렌터카·장애인·국가유공자 등으로 한정한 LPG 연료 사용제한은 1999년 3월 1일 시행됐다. LPG차량은 택시 연료로 LPG 사용을 허가한 1975년 이후 완만히 증가했다. 이후 정부는 1998년 휘발유에 부과하는 세금을 두 차례에 걸쳐 L당 200원 이상 인상했다. LPG는 휘발유 가격의 25%에 불과하게 돼 상대적인 경쟁력이 생겼다.

 외환위기 이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LPG 차량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LPG차 증가율은 97년 15%→98년 23%→99년 60%로 폭증했다. 국내 LPG 소비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LPG 생산량을 고려해 당시 정부는 LPG의 적정 수급을 위한 사용제한을 실시했다. 즉 LPG에 대한 사용제한은 LPG의 적정수급을 위한 조치였다. 일반인에 대한 규제라기 보다 택시·렌터카·장애인·국가유공자 같은 소수 약자에게 LPG 연료를 낮은 가격으로 지속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한 복지 목적으로 시행했다.

 이후 정부는 1·2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통해 LPG의 상대가격을 휘발유의 50% 수준까지 올리기로 조정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휘발유에 비해 낮아 LPG차 판매는 98년부터 10년간 연평균 18% 증가했다. 휘발유차는 같은 기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연료 소비량도 같은 기간 LPG는 10% 증가했고, 휘발유 소비는 정체했다. 물론 가장 큰 원인은 휘발유에 비해 42% 수준에 불과한 세금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연료 선택권을 주도록 LPG의 연료 사용제한을 풀자는 주장 이면에는 LPG의 낮은 연료가격을 모든 일반인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깔려 있다. LPG 업계로서는 수요 확대를 위한 고육책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LPG 뿐 아니라 휘발유·경유 등 LPG와 경쟁관계에 있는 연료 및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다.

 현재 한국은 LPG 국내 소비량 중 70%를 해외에서 수입한다. 반면 휘발유·경유는 생산분에 비해 내수 소비가 부족하여 절반 이상을 수출한다. 현재와 같은 연료간 세금차이를 그대로 두고 LPG 연료사용제한을 완화한다면 제품간 수급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다. 게다가 일반인에 대한 LPG차 판매 허용으로 혜택받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세수는 감소하기 마련이다.

 LPG 연료 사용제한은 소비자 선택권 문제가 아닌 소수 약자에 대한 값싼 연료사용의 정책적 배려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위한 LPG 및 타 연료 간 적정 수급 정책에서 바라봐야 한다. 따라서 연료 사용제한을 완화하려면 재정악화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특정 연료간 수급 쏠림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관계 당국간 정책적 협의·조정이 필수적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