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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외국인 유학생이 오고 싶은 대학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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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

정부는 최근 8만5000명 수준인 외국인 유학생 수를 2023년까지 20만 명으로 늘리는 ‘유학생 유치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현재의 2%에서 5%로 늘리려는 게 골자다. 연간 4조원에 달하는 유학 수지 적자, 국내 서비스산업 활성화, 학령인구 감소를 감안하면 적절한 조치다. 전세계 유학생 시장(2012년 450만 명)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1.9%로 우리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미약하다. 특히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증하던 국내 유입 해외 유학생 수는 2011년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방향을 틀었다.

 우리가 해외로 유학을 가는 이유를 ‘역지사지’로 생각해 보면 외국인 유학생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대학의 입장이 아닌 유학생들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부분을 충족시켜주면 된다.

 한국 유학시장의 강점으로는 한류의 확산과 세계 10위권의 산업 경쟁력이다. 특히 정보기술(IT)·조선·원자력 등의 제조업과 의료·미용 등의 서비스업 경쟁력은 압도적이다. 반면 한국어의 한계와 외국인 기숙사 등 유학 인프라가 부족하다. 따라서 외국어 강좌를 늘리고, 대학별로 취업에 유리한 실무교육을 활성화하는 식의 콘텐트 차별화와 교육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유학생들은 대부분 수도권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어하고, 대기업 취업을 원한다. 지방대학에 입학한 유학생도 한국 생활에 적응한 이후에는 서울에 위치한 대학으로 편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점을 감안하면 유학생의 선호도가 높고 취업에 유리한 커리큘럼을 갖춘 수도권 대학에 유학생 전문학과를 우선적으로 개설해야한다. 졸업 이후 본인이 원하는 대기업에 취업이 이루어지면 유학생 수는 더 증가하고, 이는 지방대학과 중소기업으로 ‘낙수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본인이 석사과정 재학 유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이 가장 어려운 점으로 꼽은 것은 ‘졸업논문 작성’이었다. 아무리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더라도 외국인 입장에서 탄탄한 논리와 팩트를 필요로하는 논문을 쓰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는 일반대학원의 석사학위 논문 제출을 의무화한 고등교육법 시행령(44조)을 외국 학생에게도 적용했기 때문이다.

 관련 시행령 개정을 통해 논문 작성 의무규정을 석사과정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는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미 미국·유럽에선 추가 학점 이수 등을 통해 논문을 대체하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법령 개정의 저항도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정원 외 유학생만으로 구성된 학과(부) 개설이 가능하도록 『고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마당에, 이 사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의 유학생 정책을 보면 일부 항목에선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 위주의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한 부분이 보인다. 유학생들은 산업적 측면에선 엄연한 ‘교육 소비자’다. 이들이 원하는 곳에서 공부하고 취업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한국을 유학 선진국으로 만드는 첫걸음이 아닌가 싶다.

박명섭 성균관대 글로벌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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