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마식령 스키장 등 경협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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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치 국면으로 인해 긴장 속에 며칠을 지낸 경기도·인천 접경 지역 주민들은 25일 오전 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소식을 접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북한의 포격을 받았던 연천군 횡산리 은금홍(66) 이장은 “극적인 협상 타결이 이뤄진 덕에 지긋지긋하던 엿새간의 대피생활을 끝내고 밀린 농사일을 할 수 있게 됐다”며 반겼다. 조업 중단으로 고통을 겪던 서해 5도 어민들도 환영했다. 박태원(55) 연평도 어촌계장은 “‘북한이 언제 또 도발할지 모른다’며 긴장을 풀지 않는 주민도 일부 있으나 대다수는 조업 금지 해제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 고성군 주민들은 2008년 박왕자씨 피살로 중단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기를 바랐다. 현내면 명파리 장석권(60) 이장은 “금강산 관광이 한창일 땐 식당만 15곳이 넘었는데 이젠 한 곳만 남았다”며 “관광 재개만이 마을이 사는 길”이라고 말했다. 주민 김남술(73)씨는 “관광 중단 이후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거나 공사현장 일용직으로 살고 있다”고 전했다. 강원도 추산 결과 고성군이 관광 중단으로 인해 지금까지 본 경제적 손실은 2464억원대에 이른다.

  남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키로 하면서 실향민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이산가족협회 심구섭(81) 대표는 “상봉 합의는 반갑지만 100여 명씩 만나면 전시성 행사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상봉도 중요하지만 이산가족 6만5000여 명이 80세 이상인 만큼 양측의 생사 확인이 급선무”라며 “생존 이산가족들이 편지로라도 왕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들을 군에 보낸 노모(58·여)씨는 “너무 불안해 내 아들만이라도 집으로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전역 연기 장병 소식을 듣고 반성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반면 “장병 둘의 다리를 내놨는데 재발 방지나 사과가 아닌 유감 표명을 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성과라고 하는 것은 굴욕외교”(대학원생 신모씨)라는 의견도 있었다.

  재계도 협상 타결을 반기면서 ‘경제협력’ 기대감을 나타냈다. 특히 합의문의 ‘다양한 분야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에 주목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당국과의 협의 등을 전제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을 들이는 마식령스키장 방문 등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의 상징적 현장을 찾아 협력사업 등을 논의해 경협의 물꼬를 트겠다는 취지다. 원산 인근인 강원도 문천군 마식령(해발 768m)에 있는 스키장은 슬로프 12개 규모로 2013년 말 준공됐다.

‘금강산 관광’ 사업을 하는 현대아산은 이번 타결을 가장 크게 환영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남북이 오랜 시간을 들여 합의점을 찾아낸 것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특히 이산가족 상봉이 금강산에서 이뤄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상봉은 2000년부터 매년 한 번씩 열리다가 2010년 제18차 상봉 이후 진통을 겪었다. 지난해 2월 금강산에서 행사가 열린 뒤 중단됐다. 중소기업들도 일제히 환영했다. 중기중앙회도 성명을 내고 “개성공단에선 124개 중기가 연간 5600억원어치 제품을 만든다”며 “공단을 비롯한 남북 경협이 더욱 활성화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김준술·박진호·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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