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면세점 사업자 발표 직전 관세청 직원, 정보유출 정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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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 발표 직전 관세청 직원 등이 관련 내용을 사전 유출한 정황이 포착돼 금융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관세청은 지난달 10일 오후 5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이하 한화갤러리아) 등 세 곳을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해 발표했다. 그런데 한화갤러리아 주가는 발표 6시간여 전인 당일 오전 10시30분부터 상한가로 치솟아 심사 결과 사전 유출 의혹이 제기돼왔다.

 23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9~10일 이틀간 심사위원들은 인천공항공사 인재개발원에서 외부와 격리된 채 합숙 중이었지만 이곳에서 외부와 여러 통의 전화통화가 이뤄진 사실을 관세청 감사관실이 확인했다. 관세청은 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 4일 전인 지난달 6일 민간위원 8명과 관세청 직원 등 4명의 공무원(정부위원)을 면세사업자 심사위원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합숙 기간 동안 휴대전화를 포함한 모든 통신기기를 제출해 외부와의 통신이 두절된 상태였다.

 그런데 조사 결과 심사위원 또는 보조인력이었던 일부 관세청 직원이 휴대전화를 반납하지 않았고, 이 휴대전화를 통해 합숙자와 외부인 간에 다수의 통화가 이뤄졌던 것으로 밝혀졌다. 통화 대상자에는 합숙자의 배우자와 어머니·조카·고향 친구 등이 포함돼 있었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합숙자가 상대방 전화기에 남긴 문자메시지에는 사전 정보 유출을 의심할 만한 문구도 적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관세청 감사관실은 당시 합숙장소에 있었던 관세청 직원들을 불러 미제출 휴대전화가 있었던 이유와 휴대전화 사용자, 면세점 사업자 정보 사전 유출 여부 등을 조사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들이 ‘휴대전화는 비상용으로 가지고 있었을 뿐 사전 정보 유출 등 부적절한 통화는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관세청으로부터 조사 내용을 넘겨받아 관세청 직원 등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금융 당국은 조만간 해당 직원들을 상대로 통화 내용 등에 대해 조사한다. 또 합숙장소에 대한 현장조사를 진행하고 필요할 경우 심사위원들도 조사할 방침이다. 정보 유출 사실이 확인될 경우 유출 정보의 이동 경로에 대해서도 추적 조사가 이뤄질 예정이다.

 한화갤러리아는 발표 당일인 7월 10일 주당 6만4000원으로 장을 시작했다가 한 시간여 뒤부터 상승해 오전 10시34분 상한가인 7만8000원에 도달, 이 가격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후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7월 17일 장중 최고 22만5000원까지 치솟았다. 9일 종가가 6만원이었던 만큼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이 종목을 매입했다면 최고 4배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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