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북 확성기 향해 연천군에 포사격…한국군 즉각 대응사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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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일 오후 경기도 연천일대에 다연장로켓(방사포)으로 추정되는 포격을 가해 군이 대응사격에 나섰다. 북한군이 지난해 말 대북 전단을 담은 풍선을 향해 14.5mm 고사총을 쏜 적은 있지만 포격을 가한건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전 이후 4년 9개월 만이다.

군 관계자는 “오후 3시 52분쯤 아군의 대포병 탐지레이더에 북한군이 쏜 것으로 추정되는 포탄의 궤적이 포착됐다”며 “포탄은 경기도 연천군 중면 일대 야산에 떨어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은 인근 지역의 주민들의 대피령 발령과 동시에 대응 사격에 나섰다.

이 관계자는 “식별된 포탄은 1발이고 우리측의 피해는 없다”며 “하지만 북한이 사격을 가한 이상 원점타격 원칙에 따라 군이 파악한 휴전선 이북 지역의 발사 추정지역에 155mm 포를 동원해 30여발의 대응사격을 했다”고 덧붙였다. 군 당국은 북한이 포격을 가한 곳이 휴전선 이북의 북방한계선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지역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군사분계선 일대 북한군 초소들에서는 사격 장소의 총안구를 개방한 모습이 목격됐다. 군은 북한군 포격 직후 해당지역에 대북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전군에 비상경계태세를 발령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날 방사포(다연장로켓)로 사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제원과 사격 의도를 정밀분석중이다. 다른 군 관계자는 “정밀 분석이 완전히 끝나봐야 안다”는 전제하에 “궤적과 사격 거리를 고려할 경우 122mm 방사포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대사거리가 20여㎞인 122mm 방사포는 발사관이 30~40개여서 한꺼번에 수십발을 쏠 수 있다. 그러나 이날은 1발만 날아왔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의도적으로 1발만으로 조준사격을 가한것인지, 훈련중 오발사격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심리전을 재개한데 대해 공격하겠다는 위협을 했다가 실제로 할 수 있다는 시위성”이라며 “정확히 확성기를 타격하려고 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공포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군은 지난 4일 경기도 서부전선에서 발생한 목함지뢰 폭발 사건이 북한군의 소행으로 밝혀짐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전방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만에 재개했고, 북한은 이에 반발하며 타격 위협을 가해 왔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해 대응 방안을 논의중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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