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서 오감체험 … 45일간 대나무의 향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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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전남 담양군 죽녹원을 찾은 탐방객들이 대나무숲을 걸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죽녹원은 다음달 17일 개막하는 세계대나무박람회에서 주제관 역할을 맡는다. [사진 담양군]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나무 5일장이 섰던 옛 담양 죽물시장 모습. [사진 담양군]

전남 담양은 유난히 대나무밭이 많아 옛부터 죽향(竹鄕)이라 불렸다. 전국 대나무의 26%가 심어져 1970~80년대만 해도 ‘죽제품’ 하면 담양을 꼽았다. 여기서 생산된 바구니와 대자리·부채 등은 멀리 만주까지 팔려나갈 정도로 명성이 자자했다.

 이런 담양에서 대나무를 주제로 한 세계 최초의 국제박람회가 열린다. 다음달 17일 개막하는 ‘2015 담양 세계대나무박람회’는 군 단위 지자체로는 처음 개최하는 국제 규모의 엑스포다. ‘대숲에서 찾은 녹색 미래’라는 주제 아래 10월 31일까지 현대인들에게 대나무가 지닌 가치를 일깨워준다.

 총 31만3000㎡ 규모인 박람회장은 대나무와 생태를 주제로 한 콘텐트들로 꾸며진다. 주제 체험과 주제 전시, 체험 교육 등 크게 3개 구역이 축구장 6개 크기의 박람회장을 채운다. 대나무의 경제·생태적 가치를 부각시킴으로써 ‘담양=대나무’라는 인식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다.

 박람회의 백미인 주제 체험장은 전국적인 관광명소인 ‘죽녹원’에 차려졌다. 오감체험관과 미디어아트관·대나무관·문화체험 등 4개 주제관이 핵심 코스다. 주제관 곳곳에 설치되는 여러 테마길과 미디어아트는 탐방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주제 전시는 죽녹원 맞은편인 전남도립대 일대에서 열린다. ‘대나무의 생태·문화·산업이 한자리에’라는 주제로 생태문화관, 미래성장관, 대나무 기업관, 대나무 국제관 등으로 꾸며진다. 대나무가 지닌 전통적인 의미와 과학·산업으로 진화 중인 미래 가치를 설명해주는 공간이다.

 체험 교육은 관람 위주의 기존 박람회와 달리 온몸으로 느끼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체험놀이관에서는 대나무 과학체험과 어린이 발명 창의력 교실 등이 열린다. 주제영상관에서는 홀로그램 스크린과 3면 프로젝트 맵핑(Mapping)을 활용한 여러 공연들을 보여준다. 청소년들이 농산물 재배 과정을 체험하고 시식할 수 있는 친환경농업관도 있다.

 전시공간만 1만7700㎡인 박람회장은 기존 콘텐트를 최대한 활용해 만들어졌다. ‘작지만 강한 친환경 박람회’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다. 죽녹원을 중심으로 메타세쿼이아길과 관방제림을 아우르는 천연 전시물들은 사후관리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강점이 있다. 따로 주제관을 세우지 않고 울창한 대숲과 희귀 대나무, 테마숲길이 어우러진 죽녹원을 ‘지붕 없는 주제관’으로 만든 게 대표적이다.

 흑자 박람회 개최를 통해 700만 관광도시의 기틀을 만드는 것도 박람회를 탄생시킨 배경이 됐다. 대나무의 문화·산업화를 위한 투자 촉진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기폭제로 삼기 위해서다. 현재까지 사전 예매를 통해 팔려나간 박람회 입장권은 54만 장으로 최소 목표인 90만 명의 60%를 달성한 상태다.

 박람회 기간 열리는 제10차 세계대나무총회는 담양이 세계 대나무산업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세계 28개국에서 모인 140여 명의 전문가들이 대나무의 미래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다. 최형식 담양군수는 “담양을 세계 10대 생태도시이자 자연 치유의 도시로 만들어가는 기폭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ckh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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