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안 가도 맞춤형 투자상품 추천 해줘 … 독립투자자문업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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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가 ‘머니 무브’의 주연이라면 IFA(독립투자자문업)는 명품 조연이다.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IFA는 특정 금융사에 소속돼 있지 않는 자문업자가 금융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운용을 도와주는 회사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대행사의 창구를 통해 투자상품에 가입해 왔다. 이 때문에 아무래도 창구에서 자사 계열사의 상품을 추천하는 등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IFA의 등장은 은행·증권사에 종속된 상품별 판매·유통 칸막이를 없애 온라인 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IFA의 상담을 받으면 소비자는 판매 증권사의 창구를 거치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ISA 편입 상품을 직접 고를 수 있다.

보험사에 소속되지 않고 여러 회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독립 보험대리점(GA)은 이미 몸풀기에 나섰다. GA 업체인 W에셋 정덕형 실장은 “IFA 도입을 앞두고 펀드 판매 등 복수의 자격증을 가진 설계사를 모집 중”이라고 말했다.

 손정국 한국금융투자자보호재단 사무국장은 “금융회사와 일반 고객의 정보 격차를 줄이고 객관적인 투자 조언을 제공하려면 독립된 자문업체가 필요하다”며 “IFA가 활성화하면 상품 판매실적 위주의 금융업계 수익구조도 고객의 자산을 잘 운용하는 것을 우선시하는 모형으로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크라우드펀딩은 소비자의 투자 대상 다변화 차원에서 주목할 만하다. 크라우드펀딩은 여러 개인들로부터 소액을 모집해 목돈을 만든 뒤 신생벤처기업(스타트업)의 운영자금 등으로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개인은 연간 500만원까지 투자할 수 있다. 비대면계좌개설 허용,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등 최근에 발표된 일련의 정부 정책 역시 ‘머니 무브’의 촉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이었다.

 해외펀드 투자에 대한 비과세 혜택, 아시아펀드패스포트(ARFP) 등 자금의 해외 이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장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해외주식투자 전용 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시행되면 해외로 투자되는 자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사모펀드 활성화 대책이 더해지면 사모펀드를 통해 해외로 투자할 수도 있게 된다.

 업계에선 해외 통화나 펀드에 직접 투자하는 일본의 ‘와타나베 부인’, 중국의 ‘왕부인’과 같은 ‘김치 부인’의 등장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아시아펀드패스포트는 아시아 지역에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펀드를 별도의 규제 없이 각 나라에서 교차 판매하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한국·호주·뉴질랜드·싱가포르·태국·필리핀의 6개 아시아 국가들이 도입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공경신 선임연구원은 “유럽의 유로펀드패스포트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실현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해외펀드의 직접 투자가 이뤄지면 금융서비스 환경이 크게 혁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분리과세=소득의 일부를 다른 소득과 합산해 과세하지 않고 별도 세율로 따로 과세하는 제도. 소득세율은 소득이 높아질수록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구조여서 일부를 따로 과세하면 절세 효과가 있다. ISA에서 생긴 소득 중 비과세 대상인 200만원을 넘는 소득은 9%의 세율로 분리과세 혜택을 받는다.

◆재형저축=근로자 재산 형성과 저축률 제고를 위해 1976년 도입된 뒤 1995년 폐지됐다가 2013년 부활했다. 금리가 연 3~4% 수준으로 일반 예금보다는 높지만 의무가입 기간(7년)이 길고, 연간 한도도 1200만원에 불과해 예상보다 호응이 낮았다. 가입할 수 있는 조건도 총 급여 5000만원 이하 또는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로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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